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자원 외교에 힘쓰고 있는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 괴로운 심경을 토로했다. 이 전 부의장은 8일 대구경북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여러 차례 "내가 참 괴롭다"거나 "힘들다"고 했다. 자신을 "불쌍한 사람"이라고도 말했다.
최근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발표로 정부에 대한 대구경북 지역 여론이 좋지 않은 데 대해 그는 "이명박 대통령은 대구경북을 사랑한다"며 "(어떤 사안을) 대통령이 턱 하고 줄 수는 없다. 지도자가 조직을 자의로 흔들면 충성심이 생기지 않기 때문에 국정 운영이 어렵게 된다"고 밝혔다.
이 전 부의장은 과거 ㈜코오롱의 사장으로 있던 시절의 경험을 예로 들어 "과장 한 명을 진급시키려고 해도 중역이 반대하면 어렵고, 작은 회사를 운영해도 매일 고민에 빠진다"며 "대통령이 동생이기도 하지만 불쌍하고 가련할 때가 많다"고 했다. 이어 "회사 중역이 독일의 어떤 제품을, 다른 이가 일본의 어떤 제품을 가져와 '이것이 더 좋다'고 할 때 CEO는 장단점을 따지면서 듣고 또 들은 뒤 결정을 내리게 된다"며 "그러면 진 쪽에서 불만을 토로할 수밖에 없다. 저마다 자신이 옳기 때문이다. 그 고통을 저는 잘 안다"고 했다.
신공항 백지화 발표에 그만큼 큰 고민이 있었다는 얘기였다. 특히 "신공항에 대해 (저는) 지금 할 이야기가 없다"며 "B/C(비용 대 편익)가 낮게 나왔는데 (신공항은) 오늘 할 수도, 내일 할 수도 있는 일로 정부는 욕을 먹더라도 옳다고 판단했으니 (백지화를) 발표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 전 부의장은 "2007년 몇천억원 수준이던 국고 지원이 올해 대구는 4조원에 가깝고, 경북은 8조원에 가까워졌다는 점을 생각해 줬으면 한다"며 "지금 대통령의 약점은 대구경북 사람들이 대통령을 고향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는데, (이 대통령의) 피는 대구경북이다"고 했다.
과학비즈니스벨트를 놓고 지역 유치전이 이는 데 대해 그는 "과학벨트는 과학자들이 제대로 결정하도록 해야 할 것이며 과학자들이 인정하는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야권 일부가 '형님 벨트'로 공세를 펴는 것에는 "국회에서 저한테 '형님' 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전 부의장은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누구나 자기 지역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하지만 국가적 차원에서 결정하면 따라가야지 어떻게 할 것이냐"고도 말했다.
5월로 예정된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과 관련해선 "요즘 국회의원들을 개별적으로 만나지 않는다"며 "저는 요새 참 불쌍하다. 엄청 괴롭게 살고 있다. 교회에서도 조용히 지하로 가서 스크린을 보며 예배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 전 부의장은 끝으로 "(야당의 표적 공세 등)여러 가지 제약 때문에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지역민들께 미안하다"고 말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野, '피고인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 법 개정 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