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로 방파제를 대신하는 '간 큰 울진 원전'.
주민들의 목숨을 담보로 신울진 1, 2호기 백사장에 조경수, 꽃 등을 방파제 대신 심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신울진원전 1, 2호기 공사를 진행하면서 해안가 진입로 보호공사를 당초 콘크리트 구조물에서 조경수로 바꿔 지진해일(쓰나미) 피해 등 안전성이 우려되고 있다.
한수원은 신울진원전 해안가 진입로 비탈면(법면)보호공사를 위해 2009년 46억7천여만원을 들여 콘크리트와 돌 등으로 해안구조물을 설치할 계획이었다. 해안가에서 백사장과 바로 인접한 이 비탈면 구조물은 방파제 역할을 하는 셈이다.
하지만 한수원은 올해 한국전력기술 검토안과 설계사의 조언에 따라 이 해안구조물 대신 흙을 채운 뒤 조경수를 심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울진원전 1, 2호기 토목공사 하도급 예정서에 명시된 주진입도로 해안 측 법면보호공사 계획안에 따르면 2011년 3월부터 2012년 말까지 해안도로 주변에 46억7천만원을 들여 모래 5만㎥, 사석과 피복석 6만9천400㎥, 시멘트, 테트라포드(콘크리트 블록:방파제 보호용) 1만4천306개(8t) 등을 투입해 지진해일에 대비한 구조물 보강공사를 벌일 예정이었다.
하지만 한국전력기술이 지난해 파도 피해 관련 수치모형 실험 결과 신울진원전이 파도 피해 영향권에서 벗어났다는 검토안을 내자, 울진원전은 최초 설계된 돌과 모래, 시멘트 등 콘크리트 구조물 대신 조경수 400그루, 호안블록, 꽃 등을 설치하기로 변경했다는 것.
울진원전이 변경한 설계안에 따르면 해안가 백사장은 그대로 둔 상황에서 비탈면은 45도 각도로 2.5m(최소)가량 성토한 뒤 나무를 심도록 돼 있다.
신울진원전 1, 2호기 건설 관계자는 "환경보호와 미관상 등을 이유로 딱딱한 느낌의 방호벽 대신 부드럽고 친환경적인 조경수를 심기로 했다"며 "나무를 심고 해안선을 살리는 것이 오히려 재해 대비에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토목'건설 등 전문가들은 일본 쓰나미 피해 이후 원전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높은 가운데 울진원전 측이 안전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해양연구원 관계자는 "일본 해안가에 심어놓은 나무가 해일에 휩쓸리면서 오히려 흉기로 변해 도시를 덮치는 참담한 현장을 지켜봤다면 이 같은 결정을 내리지 못했을 것"이라며 "테트라포드와 함께 이를 지지해 줄 수 있는 방호벽 등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황이주 경북도의원은 "일본 대지진 참사를 보더라도 지진해일에 의한 해안가 피해는 상상 이상이다"며 "하물며 그 대상이 원전시설물 보호라면 구조물 보강공사를 보다 강화해도 시원찮을 판인데, 미관상 이유로 조경수를 식재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역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원전이 방파제를 나무심기로 대체하며 얻을 수 있는 반사이익이라고 해봤자 예산절감 정도일 것"이라며 "지진해일 등에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해안선 부근 원전시설에 대한 보호라는 점에서 이 문제는 심각하게 재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울진군 관계자는 "지반문제로 바닷가에 보다 가깝게 위치하게 될 신울진원전이 방파제마저 허술하게 짓는다는 것은 아예 주민안전을 무시한 처사"라며 "방파제 건설은 안전확보 차원에서 검토되는 것이지 예산절감이나 친환경의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울진'박승혁기자 ps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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