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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兆 사업을 졸속 추진 '신공항과는 딴판'

환경영향·경제성 평가 없이 발표…수질개선·홍수예방 효과 제시도 않아

정부가 4대강 사업에 이어 4대강 지류와 지천에 대한 정비사업을 졸속으로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매일신문 자료사진
정부가 4대강 사업에 이어 4대강 지류와 지천에 대한 정비사업을 졸속으로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매일신문 자료사진

정부가 4대강 사업 후속으로 지류, 지천 정비사업을 벌일 예정이나 막대한 예산 투입에 비해 실질적인 수질 개선과 홍수예방 효과가 나타날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환경단체 등이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환경성과 경제성 등에 대해 분석도 제대로 거치지 않았으며, 해당 지자체 등 사업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지역의 의견수렴이나 논의를 전혀 거치지 않은 채 사업을 졸속으로 추진하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13일 4대강 사업에 이어 2단계로 2015년까지 4대강 지류와 지천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를 하는 '지류 살리기 기본 구상'을 발표했다. 환경부, 국토해양부, 농림수산식품부 등 3개 부처가 공동 마련한 이 구상에 따르면 4대강 지류 및 지천 정비사업에 10조~20조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해 4대강과 연결된 지방하천 412개소(길이 1천667㎞)와 도랑, 실개천 등 본류와 지류의 하천 생태계를 살리는 사업을 추진한다.

이 가운데 4대강 본류로 유입되는 43개 국가하천은 국토해양부 주도로, 전국의 47개 지방하천은 환경부 주도로 1차적으로 사업을 벌인다는 것. 정부는 이 사업의 방향과 목표는 ▷친환경 하천 정비 ▷수질오염 예방 ▷수생태계 복원 ▷홍수피해 방지 등이라고 밝혔다.

◆졸속 발표, 경제성과 환경성 미검토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회가 15일 '지류개선 기본구상'에 대한 보고를 돌연 연기하면서 주먹구구식 정책 추진이라는 비판을 사고 있다. 지류, 지천 정비사업에 대한 구체적 범위와 효과, 지방정부와의 협의과정, 예산 규모 등 전반적으로 구상이 없는 '기본구상'만 성급하게 발표한 것이다.

4대강 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가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지적 이후 4대강 지류, 지천 정비사업에 대한 환경성 평가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기본 구상을 통해 지역별 특색과 고유문화를 접목한 친환경 하천정비와 홍수예방, 도시와 농촌지역 특성에 맞는 맞춤형 수질개선 등을 내세웠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을 통해 수질을 얼마만큼 맑게 하고 어떤 규모의 홍수를 어떻게 예방할 것인지에 대한 기본 방안조차 제시하지 않았다. 4대강 사업과 마찬가지로 하천 준설과 제방쌓기 등에 치중하면서 주변 환경이나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는 것이다.

또 20조원가량 투입되는 예산에 대해서도 국비와 시도비 분담, 사업범위 등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지류, 지천 정비사업을 4대강 전체적으로 벌일 경우 총 비용은 20조원을 훨씬 넘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이 정비사업은 예산규모와 경제성 등에서 동남권 신공항 사업 추진방식과 극명한 대조를 보인다. 10조원 규모의 동남권 신공항 사업은 국책사업으로 지정해 놓고 입지 선정만 남겨놓은 상태에서 B/C(비용 대비 편익 비율) 등 경제성을 이유로 백지화해놓고, 이 예산의 2배, 3배가 투입될 것으로 보이는 지류, 지천사업은 경제성은 검토도 하지 않은 채 밀어붙일 조짐이다. 전문가들은 지류, 지천사업이 신공항 건설에 비해 예산규모는 훨씬 큰 데 비해 B/C 등 경제성은 더 낮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공론화 과정 없어

정부가 지류, 지천 정비사업 기본구상을 발표한 13일까지 대구시와 경북도를 비롯해 해당 지자체는 이 사업에 대한 규모와 범위, 방향 등 기본적인 내용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4대강 사업과 지류, 지천사업은 대다수 국비가 투입되지만 해당 지역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업인데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의견수렴 등 소통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국 3천700개에 달하는 하천 가운데 우선순위를 따져 사업대상으로 정하는 과정에서 해당 지자체와 중앙부처 간 갈등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 사업예산 등에 대한 구체성이 없어 국토해양부, 환경부, 농식품부 등 3개 부처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만큼 부처간, 지역간 예산 배분과 부담방식 등에서도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는 뒤늦게 해당지역, 전문가, 관계 부처 등 의견 청취와 협의가 충분히 이뤄지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 이 사업에 대해 추후 논의하겠다고 한발을 뺐다. 지역에서는 정부가 이처럼 정책 추진에 혼선을 빚는 것은 대형 국책사업에 대해 환경성, 경제성, 지역균형발전 등에 대한 일관된 기준이나 원칙이 없기 때문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김병구기자 k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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