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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리의 시와 함께] 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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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 김혜수

병원으로 들어선다는 게 그만

병원 옆 장례식장 문을 열었다 하자

어서 오십시오

죽음의 그림자가 나를 반겼다 하자

놀라 얼떨결에, 아 안녕하세요 인사를 했다 하자

인사를 하고 보니

죽음이 불현듯 가까웠다 하자

들어선 김에 수의와 관을 맞추었다 하자

까짓것 내친김에 묏자리까지 알아보았다 하자

(내 집 마련의 부푼 꿈)

죽음의 커다란 손바닥이

엄마손은 약손 하며

환부 없는 내 아픔을 천천히 쓸어주었다 하자

꾸벅 졸다 화들짝 낯선 버스정류장에 내려

여기가 어디지?

마음을 내려놓다가 몸을 내려놓았다 하자

무심코 화살표 따라가다가 불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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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함은 도처에 있다. 아무도 '이것만은 진실이다' 자신있게 말하지 못한다. 정보라는 것도 이미 개인적 내지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한 가지 병에 처방은 백이니, 결국 아픈 사람을 더 울리는 것.

병원을 가려다 장례식장 문을 밀겠고, 얼결에 수의를 맞추다가 묏자리까지도 보겠다. 친구를 만나다가 친구 애인과 결혼하기도 하고, 뿐이랴 누구 따라 강남갔다가 간 김에 아파트 투기도 하겠다. 아니다 내 생각이 틀렸다. 우연히 공원에 들렀다가 무료급식소의 자원봉사자가 되고, 내 아이 잃고 다른 소년가장의 어머니 되는 일이나, 천안함 사건의 한 유족처럼 보상금을 무기 연구에 되 바치는 어여쁨도 있다. 불확실할 때는 우리 어디엔가 기대면 된다. 가령 애매할 때는 사랑이 있는 쪽으로, 모를 때는 다른 사람을 위하는 쪽으로, 삶이 의미없다 느껴질 때는 봉사하는 쪽으로 생각하라는 어떤 이의 말씀. 그 말씀만은 아주 확실하니 세상은 그래도 살아볼 만한 곳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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