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텃밭에서 치러진 선거에서 '기적적인' 승리를 거머쥔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고 있다.
손 대표는 27일 치러진 경기도 성남시 분당을 지역구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을 2천188표(2.7%) 차로 제치고 당선됐다.
서울의 강남처럼 유권자 대부분이 중산층인 분당에서 이 지역 유권자 20%를 차지하는 TK지역 출신인 전직 한나라당 대표를 상대로 승리를 거둠에 따라 손 대표의 향후 정치행보가 한결 가벼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손 대표는 '적지'에서 치러진 보궐선거에 '성당후사'(先黨後私)라는 각오로 출마해 상징적인 승리를 거둔 것은 물론 재'보궐선거 전체를 승리로 이끌면서 확실하게 정국주도권을 쥐게 됐다. 한나라당과 청와대를 상대로 한 국정비판 수위 역시 한층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손 대표는 이 과정에서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면모를 국민들에게 확실하게 각인시킬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한 국회의원은 "누가 뭐라고 해도 이번 보궐선거의 승리는 손 대표의 작품"이라며 "민주당 대표가 분당에 출마하는 쉽지 않은 결단을 내린 것은 물론 승리까지 거머쥔 만큼 보상도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당내에서도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됐다.
당초 손 대표의 분당 출마를 강권하며 대표 흔들기에 나섰던 당내 비주류들의 입지는 한결 좁아졌다. 대표가 당을 위해 희생하는 모양새로 출발해 보수색이 짙은 유권자들을 설득하는데 성공한 '과정'에 당원들의 지지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분간 당내 의사결정 권한을 손 대표가 완벽하게 행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더불어 손 대표가 수도권에서 적지 않은 득표력을 과시함에 따라 당내 차기주자 경쟁에서도 여타 후보들을 압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용이 여의주를 물었다는 표현이 있는데 분당에서 당선된 손 대표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니겠느냐"며 "당내외의 '사람'들이 손 대표 쪽으로 몰리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손 대표 핵심 측근에서는 '이럴 때일수록 더욱 자세를 낮춰야 한다'는 경계론이 나오고 있다. 손 대표가 너무 일찍 차기주자로 부상할 경우 긴 여정에서 많은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는 논리다. 이에 따라 손 대표 주변에선 손 대표에게 각별한 표정관리를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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