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한 추위와 굶주림에 지친 '진실'이라는 이름의 소녀가 마을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나 가혹하게도 마을 사람들은 소녀를 문전박대했다. 벌거벗은 소녀의 모습에 놀랐기 때문이다. 때마침 지나가던 '우화'라는 이름의 소년이 소녀를 발견했다. 소녀는 주린 배를 움켜쥐고 추위에 떨면서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진실'이라는 소녀를 불쌍하게 여긴 '우화'라는 소년은 그녀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 소년은 방을 따뜻하게 데워 소녀의 몸을 녹여 주고, 따뜻한 식사를 마련해 주었다. 그런 다음 소녀의 몸에 '이야기'라는 황금빛 망토를 입혀 마을로 돌려보냈다. '이야기'라는 망토를 입은 '진실'은 다시 마을의 집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마을 사람들의 반응이 달랐다. 마을 사람들은 소녀에게 식사를 대접했고 따뜻한 화롯불도 함께 쬐었다.
유대인의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소통 방식을 보여 준다. 사람들의 소통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하나는 '사실' 에 의한 소통이다. 다른 하나는 '감정을 입힌 사실' 즉 '이야기'에 의한 소통이다. 우리 주변에는 분명 '사실'이 존재한다. 그러나 사실은 그냥 사실일 뿐이다. 사실이 이야기라는 옷을 입으면 달라진다. 사실이 '진실'이 된다. 이야기는 사실을 진실로 바꾸는 힘이 있다. 진실은 사람을 감동시키고 세상을 바꾼다. 이야기는 힘이 세다.
지난해 2009 개정교육과정의 내용을 연수할 기회가 여러 번 있었다. 처음에는 개정된 교육과정의 내용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강의를 했다. 교육과정 자체가 원래 내용이 딱딱하고 재미가 없어서인지 듣는 사람들이 지루해 했다. 그래서 방식을 바꾸었다. 그림책 '점', '성우를 없애자', '사이로와 숫자 8', '검은 백조와 숫자 4'로 스토리 라인을 짜고 그 사이에 내용을 넣었다.
먼저 그림책 '점'을 읽어 주면서 2009 개정교육과정을 학교에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학교의 구성원들이 점처럼 하나로 뭉쳐야 된다는 의미를 부여하였다.
개정 교육과정이 학교에 정착되기 위해서는 기존의 관행이나 고정 관념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는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서 '성우를 없애자'를 활용하였다. 성우는 힌두교에서 신성시 하는 소이다. 성우가 보통명사로 쓰일 때는 조직에서 절대로 없애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기존 관행이나 고정 관념을 의미한다.
학생들의 학기당 이수 과목을 8개로 줄인 것의 의미는 '사이로와 숫자 8'을 활용하였다. 8개 교과끼리 소통과 통합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서였다. 사이로는 겨울 짐승들의 먹이인 풀을 보관하는 굴뚝과 같은 창고를 말한다. 일반적인 의미로 쓰일 때는 조직 간 안에 소통되지 않는 벽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창의적 체험활동의 의미를 설명하기 위해서 '검은 백조와 숫자 4'를 활용했다. 창의적 체험활동을 통해 우리 학생들에게는 검은 백조를 볼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는 점을 말했다. 18세기에 서구인들이 호주 대륙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검은 백조를 발견했다. 검은 백조의 발견은 백조는 희다는 기존의 상식을 완전히 뒤엎었다.
이렇게 의미를 부여하여 스토리 방식으로 강의를 하니 반응이 달랐다. 일반인도 내용이 재미있다고 했다. 다른 시도의 교육연수원에서 혁신학교 교장선생님과 담당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강의도 하였다. 강의 만족도 1위가 나왔다고 한다. 정말 이야기는 힘이 세다.
한원경(대구시교육청 교육과정운영과 장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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