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에 못 박힌 김모(58'경남 창원) 씨의 시신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던 양봉업자 A(52) 씨가 5일 김 씨가 가입했던 인터넷 종교카페에 시신의 발견, 현장 모습, 신고 과정, 자신의 심경 등을 공개했다. A씨는 이 카페 운영자이자, 과거 목사로도 활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이 카페를 '이 시대에 구원받기로 예정된 몇 안 되는 인연의 생명들을 만나기 위한 카페'라고 소개하고 있으며, 카페글 내용 대부분은 부활의 믿음을 강조하고 있다.
A씨는 '스스로 십자가에 달린 사람, 목격과정에 대해'라는 제목으로 쓴 장문의 글에서 "제3자 개입 없이 혼자서도 자기 몸을 못박을 수 있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았다"고 해 김 씨의 죽음이 자살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A씨는 이달 1일 충북 청원에서 벌을 사육할 장소를 알아보러 왔다는 2명의 양봉업자와 함께 트럭을 타고 자신의 집에서 5㎞ 떨어진 사건현장 주변을 찾았다는 것이다.
'이 곳은 2년 만에 가보는 돌광산 길이었는데, 해발 600~700m가 되는 곳에 이르니 흰색 신형 코란도가 서있고 바위 절벽 쪽을 바라보니 나무로 만든 십자가가 있었다'고 적었다.
A씨는 자신의 글에서 '(김 씨의) 머리는 뾰족한 가시로 만든 관을 쓰고 양팔을 벌려 손이 못 박혀 있고 오른쪽 옆구리는 찔려 피가 말라 있었다. 발에는 새끼손가락 굵기가 안 되는 못이 양발에 박혀 있고, 좌우에는 각목으로 십자가를 세우고 오른쪽 십자가에는 손거울이 올려 있고 그 앞에는 시계가 놓여 있다"며 "2천년전 그리스도였던 예수의 고통을 몸소 체험해 보고 싶었는가? 그대가 자신의 몸을 스스로 십자가에 매달아야 할 만큼의 그 신앙심은 어느 것이며 무엇인가?'라고 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문경경찰서에 따르면 A씨는 과거 목사로 활동한 적이 있으며 6년 전부터 김 씨 시신이 발견된 폐채석장 부근에서 혼자 벌을 키우며 살아왔으며, 양봉업을 하는 동안에는 교회에 나가지 않았다. A씨는 2008년 9월 인터넷 종교카페를 개설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김 씨도 이 종교카페 회원으로 활동했으며, 지난 1월 말 이 카페에 접속한 뒤 이후 별다른 글은 남기지 않았다는 것.
A씨는 경찰에서 "2009년 김 씨가 나를 찾아와 종교에 대한 이야기를 3~4시간 동안 나눈 적은 있으나 그 이후로는 보지 못했다. 김 씨는 당시 얘기를 나누던 중 '신체는 달라도 삶이 그리스도의 정신이라면 내가 예수가 아닌가'라는 말을 했다"며 김 씨가 자신을 예수와 동일시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김용태 문경경찰서 수사과장은 "일부 우연의 일치점 때문에 일각에서 이번 사건이 A씨와 연관되지 않았냐는 의혹을 가지고 있지만 현재까지 별다른 상관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경'고도현기자 dory@msnet.co.kr
사진1=종교카페 운영자 A씨가 5일 카페에 공개한 사망자 김 씨의 현장 발견 내용.
사진2.3=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십자가 죽음'을 암시하는 김 씨가 작성한 문건과 설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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