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나의 천국, 울릉도를 노래 부르리∼♬' 가수 이장희

30년만의 신곡 발표

30년 만에 신곡
30년 만에 신곡 '울릉도는 나의 천국'을 발표한 가수 이장희.

'울릉군민' 가수 이장희(64) 씨가 30년 만에 신곡을 냈다. 그가 이달 6일 발표한 노래 제목은 '울릉도는 나의 천국'. 울릉도에 몸을 맡긴 지 10여 년. 그는 100년 된 농가를 다듬고 더덕 밭을 일구고 정원을 가꾼 터전을 '울릉 천국'이라고 이름 붙였다.

◆울릉도에 나를 묻어주오

1970년대 '그건 너' '한잔의 추억'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등으로 널리 알려진 가수 이장희 씨가 낸 신곡 '울릉도는 나의 천국'은 섬의 자연 풍광에 대한 그의 깊은 사랑이 담겨 있다.

'세시봉' 출신 가수로서 1970년대 통기타 문화를 선도했고 가요 프로듀서로 활동했지만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음악 생활을 접은 그였다. 그러나 울릉도의 아름다운 풍광은 노래에 대한 그의 갈망을 다시 일깨웠다. 7, 8년 전부터 울릉도 노래를 만들고 싶어 했던 이 씨는 지난해 MBC TV '무릎팍도사'에 출연해 "울릉도 노래를 만들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발표가 늦어지자 울릉주민들이 "노래는 언제쯤 나오느냐"고 재촉했고 "그 채찍질 덕분에 이렇게 새 노래를 발표하게 됐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울릉도를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했는데 가사가 완성되니 곡은 한두 시간 만에 썼다" 며 "피아니스트 김광민을 불러내 편곡하고 합주를 통해 '울릉도 예찬가' '울릉도'를 완성했다. 늙은 남자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은 야릇한 기대감이 있었는데 반걸음은 뗀 것 같다"고 했다.

학창시절 밴드로 함께 활동하던 '동방의 빛'의 베이스 조원익 씨도 힘을 보탰다. 조 씨의 도움을 받아 이 씨가 '울릉도는 나의 천국'의 멜로디를 기타로 만들기 시작한 것도 최근이다.

◆자연 예찬

이장희는 10여년 전부터 1년 가운데 절반 이상을 울릉도에서 산다.

1975년 가수를 그만 두고 도미한 이 씨가 울릉도에 정착한 것은 미국 한인방송 라디오코리아 대표직을 그만 둔 이듬해인 2003년이다. 이 씨는 "1997년 친구 추천으로 울릉도를 방문해 도동항에 처음 내리자마자 엄청난 자연풍광에 반했다"고 했다. 원래 은퇴하고 하와이에 사는 게 꿈이었는데 울릉도는 하와이보다 몇 십배는 족히 아름다웠다. 그래서 땅을 사고 2003년에 사업을 그만둔 뒤 본격적으로 울릉도 생활을 시작했다.

울릉도에서 살기 위해 충북 괴산에 있는 자연농업학교도 다녔다. 이 씨는 돈과 명예를 뒤로 하고 자연과 혼연일체가 되는 꿈을 이뤘다. 오래된 고택이라 화려하지는 않지만 근사한 정원도 있다.

"세상사에 쳇바퀴처럼 흐르기 싫었는데 일찍 은퇴한 건 운이 좋았죠. 제 자신을 누구보다 사랑해요.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일만 하고 싶었어요."

그의 자연 예찬론은 이어졌다. 자연은 늘 그를 설레게 했다. 남극, 알래스카, 아마존 등지를 여행하며 대자연을 마음에 품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동부에 있는 데스밸리엔 수백 번을 다녀왔다.

"사람들은 '거기에 왜 가냐'고 묻는데 그건 '울릉도에 왜 사냐'는 질문과 일맥상통해요. 대자연이죠. '나는 누구인가' '내가 진짜 좋아하는게 뭔가' 생각해보니 돈, 명예, 마약, 술이 아니더군요. 살아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대자연이었죠. 인적이 드문 데스밸리에선 따뜻한 햇살 아래 벌거벗고 개와 함께 걷기도 했어요. 자연은 돈도 안 들고 몸에도 좋아요. 그런 자연을 사랑하는 전 행복합니다."

◆다시 기타줄을 튕기며

가수 생활을 접고 1980년대 초 미국으로 건너간 이장희 씨는 레스토랑 사업을 하다가 '라디오코리아'라는 교민방송국을 차려 1989년 1월 15일 첫 방송을 했다. 라디오코리아는 1992년 흑인들의 LA폭동 때 교민들의 구조 활동을 돕는 상황실 역할도 했다. 라디오코리아가 대성공을 거두자 2003년 전파를 임대한 중국계 방송이 전파료 인상을 요구했는데 그걸 핑계삼아 그만뒀다고 했다.

지금 그는 다시 기타 줄을 튕기고 있다. 여러 직업을 돌고 돌아 창창한 시절의 자신과 마주했다. 그는 "40년 음악 친구들과 방송에 출연한 것이 잊고지냈던 '뮤지션으로서의 나'를 일깨웠다"고 했다. "음악은 내게 고향입니다. 음악하는 나를 찾아 행복해요. 1975년 중단하며 못다한 노래를 이제 불러볼까 합니다."

10월쯤 방송을 통한 콘서트를 계획 중이며 이를 위해 연습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가 꼽은 음악 지기들은 많다. 조영남을 비롯해 세시봉에 함께 섰던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 김민기, 조동진 등이다.

최근 네팔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다녀온 그는 이번 달 미국을 거쳐 프랑스에서 한달간 보낼 예정이다. 하지만 부자는 아니라고 했다. "은퇴 때 집을 팔았고, 이번엔 미국에 있는 건물도 팔 참이에요." 저금통장 하나 없다고 했다.

인생여정의 귀착지는 역시 울릉도다. "라디오코리아를 경영할 때 경비원을 둘 돈이 없어 개를 한 마리 키웠어요. 16년간 키우다가 울릉도에서 죽어 양지바른 곳에 묻었죠. 저도 그 옆에 묻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요즘 이 씨가 사는 울릉도 마을 사람은 "이 씨는 소탈함 그 자체이며 평화로운 '자연인'이다"고 평한다.

울릉'허영국기자 huhyk@msnet.co.kr

◆울릉도는 나의 천국 노랫말

세상살이 지치고 힘들어도 걱정 없네 사랑하는 사람 있으니

비바람이 내 인생에 휘몰아쳐도 걱정 없네 울릉도가 내겐 있으니

봄이 오면 나물 캐고 여름이면 고기 잡네

가을이면 별을 헤고 겨울이면 눈을 맞네

성인봉에 올라서서 독도를 바라보네

고래들이 뛰어노는 울릉도는 나의 천국

나 죽으면 울릉도로 보내 주오

나 죽으면 울릉도에 묻어 주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