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성친구는 자랑거리…키스 정도는 어디서든 하죠

더 어려지고 더 대담한 요즘 아이들 이성교제

대구의 한 학교 남녀 학생들이 자유분방한 이성관계를 보여주는 장면을 연출했다.
대구의 한 학교 남녀 학생들이 자유분방한 이성관계를 보여주는 장면을 연출했다.
깜짝 놀랄 만한 초교 2년생의 문자메시지 내용.
깜짝 놀랄 만한 초교 2년생의 문자메시지 내용.

'더 어려지고, 더 대담해져.'

고대로부터 '요즘 어린 것들은'이란 표현이 나온다. 수많은 세월이 흘러도 동서양을 막론하고 어른들 입장에서는 어린 사람들이 못마땅했다는 것이다. 이 말은 지구라는 행성에 인간이 사는 동안에는 계속 유용한 말이 될 것 같다. 그 어린 사람이 또 어른이 되면, 혀를 '쯧쯧' 차며 '요즘 어린 것들이 말이야'라고 운을 뗄 것이다.

2011년 5월 시점, 대한민국 대구라는 곳의 요즘 어린 사람들은 어떨까? 특정지역을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분명 전반적인 시대의 흐름은 있다. 그것은 눈에 보이는 것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다. 공원이나 버스 또는 지하철 안, 골목 후미진 곳 등에서 주위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진한 스킨십을 즐기는 청소년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심지어는 중학생만 되어도 성관계를 경험한 이들이 적잖다. 초교생들은 벌써부터 심각한 삼각관계에 빠지고, 어른들이 상상조차 하기 힘든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는다. 8, 9세만 되어도 드라마를 보며, '저 여자가 잘못했네!'라며 남녀 관계에 대한 분석을 한다. 유치원생도 동심이지만 삼각관계에 엮이고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이성을 대놓고 말한다.

'누굴 탓하랴?' 시대가 이렇게 흘러가고 있다. 요즘 아이들의 이성교제 현 주소를 살짝 들여다봤다.

◆초교 2년, 깜짝 놀랄 문자메시지

"야! OOO, 너 그딴 발뺌할래? OO이가 너한테 고백했는데 어뜨케 이럴수가 있니? 니가 OO의 마음을 이렇게 몰라줄 줄 몰랐어. 그리고 니가 그렇게 미련없이 차버리면 OO가 얼마나 슬프겠니? 남자라면 지금 다시 OO한테 고백해!!"

체육인인 김모(39) 씨는 이달 초 자신의 휴대폰을 잃어버려 잠시 아들의 휴대폰을 빌려쓰다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의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이 문자메시지에 어른들 수준을 넘어서는 사랑과 질투가 담겨 있었기 때문.

김 씨는 너무 놀라 아들에게 이 문자메시지가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물어보자, '학교 친구들 간에 삼각관계가 많고, 서로 좋아하는 이성친구가 달라 이런 문자메시지를 자주 주고 받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버지로서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이 문자메시지를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준 김 씨는 "자녀들에게 너무 무관심했는데 이 문자를 보니, 벌써 이성에 대해 생각하는 게 어른의 마음과 거의 같은 수준"이라며 "도대체 요즘 아이들의 이성 세계는 어느 정도인지 가늠조차 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초교 5학년 아들을 둔 진모(41'회사원) 씨 역시 아들이 학원에서 2살 연상의 누나로부터 부담스러울 정도의 선물(값비싼 옷)을 받고, 고민하는 모습에 당황했다. 아들의 이런 사랑 고민을 들은 아버지는 "둘의 이성교제가 그 누나의 일방적인 짝사랑이 아니라 진한 스킨십과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관계로까지 발전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며 "아들이 그 누나의 사랑을 받을지 심각하게 고민하는데 감히 무슨 말을 해줘야 좋을지 모를 정도로 당혹스러웠다"고 털어놨다.

◆16세 학생들 6인과의 대화, '스킨십 좋아!'

"서로 터치하고 싶은 욕구가 있죠. 그리고 뽀뽀가 아닌 키스 정도는 어디서든 할 수 있죠." 익명을 전제로 한 학교에 협조를 요청해 남녀 각 3명과 학교 앞 벤치에서 이성교제에 관한 솔직한 대담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모범생 쪽에 가까운 학생들이었지만 이성교제에 관해서는 여전히 로망을 갖고 있었으며, 자신들 역시 좋아하는 이성친구와 무릎에 머리를 대고 눕는 정도와 영화관에서 진한 스킨십을 즐기는 정도는 언제든 할 수 있다고 털어놨다.

여섯 학생 모두는 일부 연애도사들에 대한 얘기도 들려줬다. "속된 말로 되바라진 몇몇 친구들은 벌써 중2 때 성경험을 한 이들도 있으며, 몇 달 걸러 이성친구가 바뀌는 카사노바족도 있습니다. 한 남학생을 두고 암투를 벌이는 두 여학생의 사례는 아주 흔한 경우입니다."

한 남학생은 "요즘 공부를 잘하는 것은 큰 자랑거리가 되지 않지만 스타일 좋은 이성친구가 있는 것은 친구들의 부러움을 살 수 있다"며 "공부도 운동도 잘하고, 멋진 이성친구도 있으면 금상첨화인 케이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여학생은 "TV에 나오는 소녀시대나 카라 등 아이돌 걸그룹 멤버처럼 귀엽고 섹시하고 싶다"며 "지금은 교복 치마도 짧게 입고, 몸매를 잘 관리하는 것이 친구들 사이에 더 큰 관심사"라고 털어놨다.

이들 6명 학생들은 자신이 직접 공공장소에서 애정행각을 하라면 다소 망설이겠지만, 다른 친구들이 하는 것에 대해 별로 거부감이 없으며 다소 부러운 측면도 있다고 솔직한 마음을 밝혔다.

◆유치원생도 이성에 눈떠, '5명이 사랑싸움'

세상이 참 빠르다. 초등학교 때 운동장에서 포크댄스를 출 때 처음으로 이성의 손을 잡았을 때의 그 풋풋한 감정은 다 사라지고 요즘은 유치원 때부터 이성친구가 정해져 있다. 6세 딸을 둔 한 아버지(대구 서구 내당동)는 어느 날 딸이 조용히 다가와 "아빠, 유치원 선생님한테 OOO와 짝이 되도록 얘기해 주세요. 선물 사오는 것 잊지 말고요." 깜짝 놀랄 일이다. 딸이 벌써 맘에 드는 이성의 짝꿍을 옆에 앉히기 위해 로비(?)를 유도하고 있는 셈이다. 딸 등쌀에 못 이겨 담임 선생님한테 전화 한 통은 해줬다고 한다.

7세의 예쁜 딸을 두고 있는 한 아버지(대구시 남구 이천동)는 딸의 인기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같은 유치원에 5명의 남자아이가 딸을 두고 사랑 싸움(?)이 벌어져 하루하루가 피곤하다. 딸이 집에 올 때 3일이 멀다 하고 각종 선물이나 과자를 들고 오고, 가방에는 이 5명의 남자아이 중에 누군가 써서 보낸 쪽지나 카드가 들어 있기 때문. 이 아버지는 "딸이 맘에 들어하는 친구가 없어서 오히려 5명이 더 서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것 같다"며 "비록 7살밖에 되지 않았지만 얘기를 들어보면 어른 세계의 축소판 같아 놀랄 때가 많다"고 말했다.

영어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는 한 원장은 "부모가 아이들에게 보여줘야 할 부분과 그러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하지 않는 등 교육에 손 놓고 있는 경우가 많으며, TV나 인터넷 등을 하며 놀다 보니 아무래도 예전보다 더 조숙할 수밖에 없다"며 "아이들은 어른들의 거울"이라고 말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우태욱기자 w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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