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황지(黃池)에서 발원, 1천300리를 흘러 남해로 들어가는 낙동강 그 가운데쯤 구미가 자리 잡고 있다. 13개의 고대 국가들이 주변에 존재했던 낙동강은 일본과 남해안 문물이 전파됐던 문화의 길이기도 했다. 낙동강 주변에서 일본이나 남해안의 어패류 유물들이 발견되는 이유다. 고려 때 몽골의 침입을 불력(佛力)으로 막아보려 강화도에서 만들어진 팔만대장경이 낙동강을 통해 고령 개경포(開經浦)에서 1천 명의 스님들에 의해 합천 해인사로 옮겨졌다.
소금배들이 오르내리는 것도, 고려~조선조 왜구들의 잦은 노략질도, 일본 사신들이 드나들 때도 낙동강을 통해서 이뤄졌다. 아울러 낙동강은 선조들의 애환이 스며들었고 이는 곧 좋은 글감이 됐다. 많은 문인들이 낙동강 관련 작품을 남겼다. 서정성 뛰어난 작품도 있지만 반대로 부패한 관리들과 고달픈 서민들을 읊은 작품들도 적지 않았다.
선산(구미) 출신의 점필재 김종직(金宗直)의 글에서 이를 엿볼 수 있다. 그의 '선산 10절'은 '보천탄 가에 상선이 모이니/ 수많은 사람들 식사에 소금이 있네/ 기름진 음식을 꾀함에 적절히 세금을 부과할 이 누구랴/ 예로부터 장리(長吏'옛날 지방의 수령, 고을의 관리)가 능히 청렴하기 드물었네'라며 관리들의 부패를 꼬집었다.
또 다른 작품 '낙동요'도 '황지의 못에서 발원하여/…/ 바람 따라 장사치 오르내린다/…/ 누각 아래 선박에는 천만 냥 실렸으니/ 남도 백성 가렴주구 어이 견디리/ 쌀독은 진작 비고 밤 도토리 없건마는/ 뱃전의 풍악소리 살찐 소 때려 잡네/ 서울에서 온 관리 유성처럼 지나가니/ 길가의 해골들 누가 성명이나 물어보리/…/ 하늘의 백구는 나를 비웃는 듯/ 한가롭게 훨훨 날아다닌다'며 관리들의 부패를 다뤘다.
낙동강이 요즘 신음하고 있다. 4대강 사업공사가 군사작전하듯 속도전(速度戰) 양상을 보이면서 사고가 끊이지 않고 인명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올 들어 대구경북 구간 사업장 7곳에서 발생한 사고 9건 가운데 7건이 구미 지역에서 일어났다. 특히 지난 8일 발생한 사상 초유의 수돗물 공급 중단 사태는 수많은 시민들에게 고통을 안겨주었다. 이처럼 구미 구간의 낙동강에서 집중적으로 사고가 발생한 것은 김종직의 지적처럼 관리 감독 책임을 진 부패한 관(官) 때문은 아닌지 모르겠다. '신(新)낙동요'나 '신(新)선산10절'이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정인열 중부지역본부장 oxe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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