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채용 시 정년퇴직자와 장기 근속 직원 자녀를 우선 채용하게 해달라는 요구가 담겨 '정규직 신분 세습' 논란이 일었던 현대자동차 노조의 단협안이 지난달 대의원대회를 통과했다. 노조의 단협안이 사측과 협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면 지난해 기준으로 수혜 대상자는 200여 명, 2018년에는 1천 명이 넘는다고 한다.
현대차그룹의 경영 세습에 대해 강도 높게 비난하던 노조가 오히려 그들의 고용 세습을 요구하는 모습에서 '기득권 지키기'에는 노사가 따로 없다는 비난이 비등하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 3월 비정규직 근로자'는 1년 전보다 5%나 증가한 577만 1천 명으로, 4년 만에 최대 규모다. 지난 1년 동안 새로 생긴 일자리 중 비정규직 비중은 60%에 이른다. 비정규직의 임금은 정규직의 57.3%에 머문다. 대기업이나 공기업 등 임금'복지가 튼튼한 노조가 기득권 지키기에 골몰하는 가운데 고용시장은 빠른 속도로 비정규직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
귀족 노조뿐만 아니다. 우리 사회의 기득권 지키기는 도를 넘는 양상으로 전개 중이다. 국회 사법제도개혁특위가 야심 차게 추진하던 법조 개혁안이 검찰과 법원의 반대로 무위에 처하게 됐다. 국민들의 기대를 모았던 특별수사청 설치와 대법관 증원 문제는 양 기관의 반발이 거세 국회도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하기야 검찰과 법원이 조직 수호 차원에서 반대하는데 겁 없이 나설 강단 있는 국회의원이 어디 있겠는가'고 조소하는 국민들이 많다. 검찰과 법원에 대한 개혁은 이곳을 거쳐 가 본 사람이면 누구나 공감한다고 한다. 누구나 '공정한 수사' '공정한 재판' 받기를 원하지만 그걸 경험했다고 느끼는 당사자는 거의 없다.
지지부지한 국방 개혁도 기득권 지키기의 대표적 사례. 적의 군사적 위협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추진 중인 국방 개혁은 각 군의 반발에 직면해 있다. 적에게 군함이 피침되고 영토가 피격돼도 효과적인 대응을 하기보다 책임 회피에 급급한 군을 수술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적 여망이지만 육해공군은 저마다 밥그릇 싸움에 여념이 없다.
사회 각계에서 벌어지는 기득권 지키기를 바라보는 소시민들의 가슴은 답답해진다. '밥그릇 챙기기에서 나아가 밥그릇 늘리기에 혈안이 된 그들에 비해 우리의 밥그릇은 과연 있기라도 한 것일까?'
최정암 동부지역본부장 jeong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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