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SOFA에 막힌 수질검사 발표…언론에 공개전 한미 승인 받아야

29일 오후 칠곡군 왜관읍 미군기지 캠프 캐럴 후문 앞에서 대구경북 정당 사회단체 회원 400여 명이 왜관 미군기지 고엽제 매립 범죄 진상규명 촉구 집회를 갖고 종이비행기를 부대 안으로 던지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29일 오후 칠곡군 왜관읍 미군기지 캠프 캐럴 후문 앞에서 대구경북 정당 사회단체 회원 400여 명이 왜관 미군기지 고엽제 매립 범죄 진상규명 촉구 집회를 갖고 종이비행기를 부대 안으로 던지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칠곡군 왜관읍 미군부대 캠프 캐럴 내 고엽제 매립의혹과 관련, 경상북도가 캠프 캐럴 주변지역 지하수 3곳에 대한 수질분석을 환경부, 칠곡군과 협의 없이 단독으로 진행하면서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규정에 막혀 공식적인 분석 결과도 밝히지 못한 채 주민 불안만 불러일으키는 등 큰 혼선을 빚고 있다.

SOFA 환경정보공유 및 접근 절차에 따르면 '주한미군시설 구역과 그 주변의 한국 영역 사이의 경계 어느 한쪽에서 오염을 일으키는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언론에 제공되는 모든 정보는 보도자료 배포 전에 SOFA 환경분과위원회 한미 양측위원장의 승인을 받도록' 돼 있다.

그러나 경북도는 이 같은 SOFA 규정을 간과한 채 이달 22일 캠프 캐럴 인근인 왜관읍 석전리 등 지하수 3곳에 대한 시료를 채취해 포스텍 장윤석 교수팀(환경공학부)에 정밀검사를 의뢰하고 26일 공식적인 분석 결과를 공개하기로 했다.

경북도는 26일 장 교수팀으로부터 분석결과를 통보받고는 뒤늦게 SOFA 규정을 이유로 들어 "지하수 수질에 대한 정확한 수치 등 검사결과를 밝히기 어렵다. SOFA 환경분과위원회에 제출해 국무총리실 산하 국가대응 T/F와 협의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발을 뺐다.

특히 이 과정에서 경북도 관계자는 "다이옥신 검출 여부를 통보받지 못했다"고 부인하는가 하면 다른 관계자들은 "전화통보를 받았지만 발표할 수 없다" "환경부의 공식적인 정밀검사가 나오면 장 교수팀의 검사 결과를 동시에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그러는 사이 장 교수팀은 다음날인 27일 언론을 통해 "캠프 캐럴의 인근 지하수 3곳에 대한 시료를 채취해 정밀검사한 결과 1곳에서 음용수 기준으로 분석감도를 최대한 높여 분석했을 때 극미량의 다이옥신 흔적이 보였다"는 내용을 밝혔다.

장 교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주일 전 경북도로부터 검사를 의뢰받은 뒤 그 결과를 경북도에 전화로 통보했다. 특히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공동조사 이후 분석결과를 발표하자는 경북도의 제안을 거절했다"는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한미 공동조사단은 빠르면 다음 달 2일부터 '지표투과레이더'(GPR'Ground Penetrating Radar)를 이용해 고엽제 매립지 확인작업에 나설 예정이다.

캠프 캐럴 내 조사 대상지는 최소 2곳, 많게는 5곳이 거론되고 있다. 1978년 화학물질이 보관됐던 것으로 미군 측이 파악한 '41구역'과, 화학물질 드럼통을 매몰했다 1979~1980년에 다시 파냈다는 헬기장 주변 'D구역'이 조사대상에 포함된다. 또 퇴역한 주한미군이 "고엽제 드럼통 250개를 묻었다"고 주장한 헬기장을 비롯해 캠프 캐럴 독신장교숙소(BOQ), 소방서 등 최근 독성물질 매립 의혹이 제기된 또 다른 두 곳도 조사대상으로 검토되고 있다.

한미 양측은 다음 달 1일 SOFA 환경분과위원회에서 캠프 캐럴 내부 조사를 어떤 방식으로 수행할지 협의할 예정이다. 국가마다 환경영향분석, 시료채취 등 조사 방법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이를 조율하기 위한 것이다.

한미 양측은 27일 캠프 캐럴 주변 4곳에서 채취한 지하수 분석 결과가 조만간 나올 예정인 가운데 30일 캠프 캐럴 밖 5곳에서 추가로 지하수를 더 채취해 조사하고, 다음달 3일까지 기지 반경 2㎞ 안에 있는 100여 개 지하수 관정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칠곡'김성우기자 sw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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