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먼저 우리를 찾아올 거라곤 생각도 못했습니다."
대구에서 기계 부품을 만드는 A회사는 최근 일본 기계 회사로부터 제품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3년 전부터 수차례 일본 시장을 두드렸다가 번번이 퇴짜를 맞았던 터라 현 상황에 미소가 저절로 나온다. 이 회사 관계자는"대지진으로 해외에서 부품을 찾는 일본 기업이 늘어났다"며 "그동안 기술력 향상에 노력을 기울인 덕분에 오늘의 기회를 맞이한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경북 자동차 및 기계 부품 제조업이 재조명의 기회를 얻었다.
대지진을 겪은 일본 기업이 부품 공급체계의 다변화에 나서면서 한국산 부품에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유성기업 파업 사태 역시 자동차 및 기계 부품이 가지는 중요성을 부각시키면서 지역 부품업체로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 30일 개최한'일본 대기업 초청 부품소재 수출상담회'에는 대성하이텍, 동일금속 등 대구경북 8개 업체를 포함, 전국에서 60개 중소 부품업체들이 참가했다.
이날 행사에서 일본 도시바 기계와 히타치제작소, 가야바공업(KYB), 후지코시 등 4개 일본 대기업이 국내업체와 개별상담을 진행하면서 한국산 부품에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일본 업체의 지역 기업 관심은 1일 기업 현장 방문으로까지 이어졌다.
달서구 성서공단 내 ㈜대성하이텍은 1일 본사 회의실에서는 일본 바이어가 참석한 가운데 프레젠테이션을 실시했다. 회사 제품에 대한 설명을 듣는 일본 바이어들의 눈빛은 매서웠다. 제품 카탈로그를 이리저리 살펴보며 꼼꼼히 메모했다.
도시바기계의 이마쓰 그룹매니저는 "지진 때문에 해외로부터 부품 조달을 추진 중이다"며 "한국의 기술력이 일본에 비해 뒤지지 않는 것 같다"고 칭찬했다.
대성하이텍 김수광 전무는 "도시바기계는 부품을 본국에서 생산해 조달하기로 유명하다"며 "이번 상담을 계기로 일본 내 거래 회사를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부에 따르면 대구 4월 대일본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한 4천629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대지진이 발생한 3월(4천400만달러)보다 5.2% 증가한 것. 품목별로도 지역 주력 산업인 금속공작 기계부품이 전년 동월 대비 2배나 증가한 424만달러로 나타났다.
무역협회 이동복 본부장은"이번 지진 피해 지역의 일본 부품, 소재 업체들은 주로 높은 기술경쟁력을 바탕으로 굳이 해외 제품을 사용할 필요가 없었다"며 "하지만 최근 한국 제품을 임시방편을 사용해보고선 가격과 기술면에서 상당한 강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자동차부품 기술력에 대한 일본의 인식도 바뀌었다.
대지진 이후 일본 자동차가 휘청한 반면 현대자동차는 글로벌 위상이 올라갔다. 이에 대해 일본 아사히신문은 혼다자동차가 현대차 신형엘란트라(한국명 아반떼)를 분석한 뒤 최근 생산한 시빅 신규 모델에 참고했을 정도로 한국 자동차부품 기술력이 성장했다고 분석했다.
유성기업 파업 사태도 지역 기업의 관심을 이끄는 데 한몫했다. 지역 업체의 80% 이상이 승용차 관련 부품이기 때문에 파업 당시 재고 확보에 비상이 걸린 완성차 업체에서 추가 주문량이 늘어났다.
한 현대차 1차 협력업체는 "완성차업체 실무진에서 재고량을 늘려달라는 요구가 있었다"며 "주변에서는 새로 공급업체로 선정됐다는 소식도 들려온다"고 밝혔다.
성서공단 관계자는 "일본은 최근 심각한 부품 공급 부족을 해결하려고 수입 통관'검역 기준을 낮추는 등 한국 기업의 진출 조건이 좋아지고 있다"며 "이번 기회를 잘 활용하면 지역 주력 산업인 기계금속부품이 떠오를 것이다"고 말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3월 대지진 이후 일본 기업이 한국 부품으로 눈을 돌리면서 지역 기업이 기회를 잡았다. 1일 일본 도시바기계 직원들이 기계부품회사인 대성하이텍을 방문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