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들의 노력 없이 지금 우리 역사가 있을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 만세, 만세, 만세!"
1일 오전 11시 대구 동구 효목동 망우당공원. 의병 후손 500여 명의 만세 소리가 울려 퍼졌다. 공원에는 흰 두루마기와 검은색 정장을 입고 예를 갖춘 어르신들로 가득 찼다. 허리 굽은 한 어르신은 말 위에 타 오른손을 치켜든 곽재우 동상을 바라보며 고개 숙여 묵념했다.
제1회 의병의 날을 맞아 임진왜란 당시 숨진 의병들의 넋을 기리는'임란호국 영남 충의단 행사'가 이날 망우당공원에서 열렸다. 2001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는 행사지만 올해는 참석자들의 감회가 남다르다. 정부가 올해부터 6월 1일을 '호국 의병의 날'로 공식 지정했기 때문. 1592년 4월 13일 임진왜란 때 일어난 의병의 역사적 의미를 전 국민과 함께 되새기게 하기 위함이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쳤던 의병들의 삶은 이날 만큼은 살아있는 역사가 됐다. 한 손에 지팡이를 짚고 오른손을 가슴에 얹은 70대 어르신의 눈가엔 촉촉한 이슬이 맺혔다.
의병들의 위패 315위가 봉안된 이곳에 전국에 흩어져 있던 500여 명의 후손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매년 4월 15일 망우당 곽재우 동상 아래 충의단에서 지냈던 제도 올해부터는 6월 1일에 지내기로 했다.
오랜만에 함께 모인 후손들은 나라를 위해 붓을 꺾고 활을 들었던 조상들의 업적을 기리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진주대첩에서 싸운 권제 의병의 후손 권민호(72'경남 산청군 단성면) 씨는 "우리 조상님은 문과에 급제하신 분이었지만 활을 들고 왜적의 침입에 맞서 싸웠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임진왜란이 언제 일어났는지도 잘 모르던데 오늘 만큼은 민초들이 들고 일어난 의병 항쟁을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응호와 김준민, 김경근 의병의 후손인 김효영(60'경남 산청군 신득면) 씨는 세 의병 모두 곽재우 장군과 함께 진주대첩에서 싸웠다고 했다. 김 씨는 "적군들이 선비의 나라에 쳐들어와 부녀자를 겁탈하고 아이들을 마구 죽이자 의병이 일어난 것"이라며"당시 조선 전체 인구가 500만 명 정도였는데 임진왜란 이후 250만 명이 죽거나 일본으로 잡혀갔다"고 분개했다.
이날 후손들은 대구 망우당공원을 우리나라'의병의 성지'로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영남 지역은 왜란 당시 의병이 가장 많이 일어났으며 전쟁의 피해를 가장 많이 입은 곳이기도 하다. 당시 2만2천600여 명의 의병 중 1만2천 명 이상이 경상도 의병이었다는 역사적 자료도 있다. 왜적들이 곡창지대인 전라도로 가는 길에 격한 싸움이 벌어졌고 수많은 영남 의병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것.
(사)임란호국영남충의단전시관의 곽경열 관장은 "망우당공원 임란호국영남충의단에는 의병 위패 315위가 봉안돼 있다. 앞으로도 젊은 세대들이 이곳을 찾아 옛 민초들의 가르침을 기억할 수 있는 장소로 만들자"고 말했다.
한편 경남 의령군은 5일까지 충익사와 공설운동장 일원에서 의병제전(축제)를 열고 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합천'김도형기자 kdh02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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