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느림의 미학 슬로시티] 청송-청정지역

수려한 자연, 빼어난 풍광…인간다운 삶터 1번지

청송군은 청송만의 독특한 매력을 지닌 슬로시티를 만든다. 파천면과 부동면 일대가 중심이다. 청송사람은 '청송이야말로 인간답게 살기에 가장 적합한 이상의 세계'라고 생각한다. 수려한 자연자원을 보유한 것이 재산이다. 주왕산 국립공원, 주산지는 이미 전국에 알려진 최고의 관광지다. 경북도내 군지역으로 첫 번째 슬로시티로 지정되는 청송을 들여다봤다.

▷송소고택=우리나라 전통가옥 구조로 모든 재료가 자연적이다. 기단은 돌을 사용하고 기둥과 서까래, 대청바닥 등은 나무로, 벽은 볏짚과 흙을 섞은 흙벽이다. 창에는 천연나무로 만든 한지를 발랐다. 현존하는 99칸 건물 중 하나로 왕이 아닌 양반 가옥에서 최대로 지을 수 있는 크기이며 우리나라에 강릉 선교장 등 2채가 있다.

▷천연염색=청송의 천연염색은 청송만이 가진 달기 약수로 염색을 해 약수에 있는 탄산, 철분 성분으로 자연의 색깔을 내는 게 특징이다. 숙성을 통해 천의 속까지 염색되므로 탈색이 되지 않는 것이 청송 천연염색의 장점이다.

▷청송 한지=청송 전통 한지는 신라시대부터 전해 내려오고 있다. 1920년까지는 20여 곳의 제지공장이 운영돼 '한지의 고장'으로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 지금은 이자성 씨 부부가 5대째 가업으로 이어오고 있다. 전통적인 재래기법으로 전 과정을 수작업으로 만들고 있다.

▷주산지=주왕산 국립공원구역 안에 있는 농업용 저수지다. 저수지 안에 왕버드나무 20여 그루가 자생하고 있어 신비감을 더해 준다. 저수지 위쪽에는 원시림이 자생하고 있다. 주산지의 사계절과 풍경을 촬영하기 위해 연중 사진작가들이 찾아오고 있다.

▷청송 백자=청송 백자는 16세기 중반부터 1958년까지 500여 년간 서민들이 친근하게 사용하던 생활 도자기다. 다른 도자기와는 달리 '도석'이라는 흰색의 돌을 빻아서 빚는다. 흙으로 만든 다른 도자기보다 더 희고 가벼운 것이 특징이다. 40여 년간 중단됐다가 2년 전부터 기능보유자인 고만경(82) 옹이 다시 시작했다. 500년의 명맥을 이어나가기 위해 3명의 전수생이 기술을 배우고 있다.

▷청송사과=청송사과는 해발 250m 이상, 연평균 일교차 13℃의 자연상태에서 재배된다. 이로 인해 과즙이 풍부하고 신선도가 높아 국내 최고의 맛과 품질로 인정받고 있다. 2008년 청송사과 특구로 지정됐다.

▷달기 백숙=전통적인 슬로푸드다. 청송달기약수터는 1850년경 개울을 파는 수로공사 중 우연히 발견했다. 달기약수란 이름은 약수가 솟아오르면서 '꼬륵, 꼬르륵'하면서 마치 닭 울음소리를 내 '닭이'로 부르다가 '달기'가 되었다는 설이 있다. 철분의 함량이 많아 닭을 삶으면 육질이 부드러워지고, 약수로 지은 밥은 찰기가 더하고 빛깔도 파르스름하다. 다양한 한약재를 넣고 토종닭을 고아내면 더할 나위 없는 보양식이다.

◆생태·전통 그대로 '느림보 마을' 전형

#한동수 청송군수

"청송은 교통의 오지로 그동안 산업발전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자연적으로 우리지역만의 전통과 자연생태를 고스란히 보존하게 되고, 청정지역으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한동수 청송군수는 슬로시티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있다. 슬로시티 본고장인 이탈리아 '그레베 인 끼안띠'도 직접 방문하여 알베르또 벤티스타 시장과 면담하는 등 열정적이다. "청송이야말로 슬로시티 본고장과 거의 조건이 같아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슬로시티란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힌다.

한 군수는 우선 지역주민의 마음에 '슬로시티'의 개념을 심어줄 작정이다. "현재 우리의 삶의 모습에다 조상들이 물려준 산하와 정신문화를 고스란히 보존하여 눈치 보지 않고 유유자적하게 살아가는 것, 바로 그것이 슬로시티의 전형이라는 사실을 주민이 먼저 인식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미 군수 취임 전부터 '느림보 마을'을 구상할 정도로 슬로시티 전문가다. 슬로시티 인증서를 받기 위해 이달 23일 폴란드에서 열리는 국제슬로시티연맹 총회에 참석한다.

"슬로시티로 지정되면 관광객들을 유치하게 돼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은 슬로시티에 정반대로 가는 정서"라며 "우리 것을 독특하게 잘 지켜나가면서 보전해 나갈 때 전국에서도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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