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3년 만의 신기록' 男 400m계주 대표팀, "대구 세계육상서 일내야죠"

오세진 코치 지도 아래 바통 터치 집중훈련 성과…3개월 만에 0.91초

오세진 한국 육상대표팀 수석 코치가 남자 400m 계주 대표팀을 지도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오세진 한국 육상대표팀 수석 코치가 남자 400m 계주 대표팀을 지도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오세진(오른쪽) 한국 육상대표팀 수석 코치가 남자 400m 계주 대표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바통 터치를 하고 있는 가운데 선수는 김국영.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오세진(오른쪽) 한국 육상대표팀 수석 코치가 남자 400m 계주 대표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바통 터치를 하고 있는 가운데 선수는 김국영.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육상대회에서 관중을 흥분시키는 데는 400m 계주만한 종목이 없다. 네 명의 주자가 100m씩 이어 달려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나지도 않고 지루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주자가 바뀔 때마다 순위가 바뀌는 묘미를 400m 내내 즐길 수 있어 짜릿하고 박진감이 넘친다. 특히 국가대항전이라면 더욱 흥미롭다. 자국의 계주팀이 출전하면 애국심이 절로 생겨 잠시도 눈을 뗄 수 없고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대구에서 열리는 2011 세계육상선수권대회(8월 27일~9월 4일) 때 메달이나 결선 진출 가능 종목이 많지 않은 우리나라 실정에서 결선 진출을 노리는 남자 400m 계주는 국내 관중들에게 가장 재미있는 볼거리가 될 전망이다.

그런데 불가능할 것만 같던 우리나라 남자 400m 계주팀의 결선 진출이 '손에 잡힐 듯 말 듯'한 단계에 왔다. 한국 남자 400m 계주팀이 지난달 22일 중국에서 열린 2011 아시아그랑프리육상대회 400m 계주에서 39초04를 기록, 아시아 계주 강국인 중국과 태국, 대만을 제친 것은 물론 23년 묵은 한국기록(39초43'1988년)을 경신하고, 이번 2011 대구 대회와 2012 런던올림픽 기준 기록(39초20)을 통과하면서 자력으로 출전권까지 획득한 것.

그 중심엔 경주 출신으로 지역을 대표하는 육상 스타인 오세진(61) 한국 육상대표팀 수석 코치가 있다. 오 코치는 23년 동안 어떤 지도자도 하지 못했던 한국 기록 경신의 '숙제'를 지난해 12월 대표 팀을 맡은 지 5개월 만에 해결했다. 최정상급 선수는 없지만 김국영, 여호수아, 전덕형, 임희남 등 국내 단거리 선수들의 기량이 고른 장점을 살려 단기간에 기록을 단축시킬 수 있는 바통 터치 훈련에 집중한 것이 주효했다. 오 코치는 각종 국제대회 출전과 태국 훈련 등에서 쌓은 인맥을 활용, 40년 동안 바통 터치 등 계주에 공을 들여 아시아 계주 강국이 된 태국에서 태국 대표팀과 함께 훈련하며 바통 터치 훈련에 집중했다.

그 결과 한국 계주팀은 석 달여 만에 1초 가까이 기록을 단축했다. 2월 3일부터 태국에서 훈련을 시작한 뒤 3월 24일 자체 계주 기록 테스트(수동 계측)에서 39초95를 시작으로, 4월 2일 홍콩오픈대회 39초94, 24일 태국대회 39초73으로 조금씩 단축하다 지난달 23일 아시아그랑프리대회에서 계주 1차 예선 39초19, 2차 예선 39초04로, 하루 만에 한국 기록을 두 번이나 경신하면서 0.91초나 줄였다.

오 코치는 "태국으로 훈련을 떠나면서 선수들에게 '한국 신기록을 깨지 못하면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는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각오를 다졌다"며 "4개월 가까이 외국에서 훈련하며 국제대회에도 많이 참가한 것은 '제대로 된 선수가 되려면 경기를 뛰면서 실전 경험을 쌓는 싸움닭'이 돼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오 코치는 사실 수석 코치 자리를 두고 고민을 많이 했다. 60대 나이에, 그것도 한국체대 교수까지 하고 코치를 맡는다는 게 내키지 않았고, 대회까지 시간도 너무 촉박했기 때문이다. 오 코치는 "처음엔 코치직을 고사했지만 대한육상경기연맹 회장이 코치를 직접 결정해 지시한 것은 처음이었던 만큼 결국 받아들였다"며 "기록을 단축시킬 자신도 있었기 때문에 '선수들 비위 맞추며 끌려다니는 선생이 아닌 기록을 만드는 나쁜 선생이 되겠다'고 결심하고 최선을 다했다"고 털어놨다. 오 코치는 직책은 대표팀 수석 코치이지만 단거리 대표팀 감독이나 다름없다. 훈련 일정과 장소, 대회 출전 등을 결정하고 책임까지 지면서 단거리 대표팀을 전담한다.

오 코치의 목표는 한국 계주팀이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마지막 날인 9월 4일 오후 9시 마지막 경기로 열리는 남자 400m 계주 결선 트랙에 서는 것이다. 오 코치는 "현재 추세라면 38초80까지는 단축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결선 진출이 가능한 선인 38초60은 결코 쉽지 않다"며 "38초60을 위해 영상 장비를 동원, 바통 터치 시 손 모양 등을 분석해 더욱 섬세한 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훈련하고 선수들이 100m에서 0.1초씩 더 단축할 수 있도록 100m 훈련도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 코치는 다음 달 7일 일본에서 열리는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38초대 진입에 도전하고 이후 한 차례 더 일본 대회에 출전, 마지막 테스트를 한 뒤 선수촌에 입촌할 계획이다. 오 코치는 "8월 10일쯤부터 대구에서 9월 4일 오후 7시(예선), 오후 9시(결선) 경기에 대비, 4주간 야간 훈련을 할 것"이라며 "현재 기준 기록 통과와 한국 기록 경신으로 팀 분위기가 좋고 선수들이 자신감에 차 있어 이번 대회에서 일을 낼 것으로 확신한다"고 자신했다.

오 코치는 서말구(100m'10초34), 장재근(200m'20초41)이 한국 기록을 경신하기 전까지 100'200m 한국 기록을 보유한 1970년대 한국 단거리 간판선수로 이름을 날렸으며 세계월드컵육상대회 아시아 대표 선수 및 코치로도 활약했다. 또 장재근 등 한국 유명 단거리 스타를 직접 지도하고, 서말구를 발굴해 당대 한국 최고 스프린터로 육성해 주목받았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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