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 포스트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대구엔 '참하게' 자리 잡은 국제스포츠대회 두 개가 있다. 대구국제육상대회와 대구국제마라톤대회다. 올해 7회 대회를 치른 대구국제육상대회는 국내 유일의 국제육상종합대회이고, 2001년 시작, 2009년 국제대회로 승격한 대구국제마라톤대회는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정상급 마라톤대회다.

그런데 이들 국제대회가 존폐 기로에 섰다. 역설적이게도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8월 27~9월 4일) 때문이다. 이들 대회는 대구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를 동력으로 지금까지 개최돼 왔다. 2011 선수권대회가 끝나면 '배터리'가 다 된 장난감 마냥 '스르르' 작동이 멈출 수 있다.

실제 '돈은 안 되고 힘만 들고 재미도 없는' 육상대회를 계속 끌어안고 갈 필요가 있느냐는 목소리가 크다. 직설적으로 말해 2011 선수권대회가 끝나면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돈'인력'힘 낭비'를 막기 위해 아예 없애거나 슬그머니 '국제'를 빼고 규모를 축소하자는 얘기다.

반대로 어렵게 유치하고, '맨땅에 헤딩'하며 애써 쌓아 올린 '공든탑'을 왜 무너뜨려야 하느냐는 반박도 만만찮다. 2011 대회 후 상황에 맞게 보완, 내실있는 국제대회로 계속 이어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내엔 이만한 국제대회도 없고, 대구마라톤대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만큼 오히려 더 공격적으로 나가 이참에 대구를 '육상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빚이 더 많다면 '상속권'을 포기하는 게 나을 수 있다. 향후 관리'유지비가 큰 부담이 된다면 월드컵이나 올림픽 등 대규모 대회 개최 후 주경기장을 '폭파'시켜버리는 게 경제적으론 이득일 수도 있다. 대회도 '무형의 재산'인 만큼 턱없이 많은 돈과 인력을 계속 쏟아부어야 한다면 대회를 없애는 편이 훨씬 속 편할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 쌓은 노하우로 운영의 묘를 살려 비용은 줄이고 '육상의 메카', '도시 브랜드 제고'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면 포기할 이유가 없다. 실제 4월 10일 열린 대구국제마라톤대회에서 2011 세계선수권대회 마라톤 코스가 첫선을 보인 뒤 선수와 육상 관계자들로부터 '명품 코스'라는 찬사를 받았다. 코스 주변 경치와 화창한 봄 날씨, 여기에다 코스가 넓고 평탄해 기록까지 잘 나오는 등 완벽했다는 것. '잘만 키우면' 세계적인 대회로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도 이 코스에 대해 극찬한 만큼 '세계 명품 대회'로 만들 여건과 가능성은 충분하다.

특히 육상의 최고 대회인 세계육상선수권 마라톤 코스로 사용됐다는 지명도에다 IAAF가 공인하고 기록까지 잘 나오는 코스라는 것이 널리 알려지면 '기록에 굶주린' 세계 정상급 마라토너들이 좋은 기록을 위해 몰려들기 마련이다. 최근 세계기록 공인 문제로 시끄러웠던 보스턴마라톤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마라토너들은 IAAF가 인정하는 코스, 또 좋은 기록을 작성할 수 있는 대회를 찾을 수밖에 없다. 좋은 기록을 세워야만 자신의 등급과 개런티를 높일 수 있고, 스폰서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구국제육상대회도 마찬가지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 후엔 추진력이 떨어질 우려가 있고, 대회 규모가 너무 크고 비용이 많이 들어 현재 규모의 대회를 유지하기 어렵다면 건설 중인 육상진흥센터를 활용, 실내국제육상대회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도 있다. 실내 대회로 바꿀 경우 관중석이 5천석 정도밖에 되지 않아 가장 큰 문제인 관중 동원의 부담과 업무를 크게 줄일 수 있다. 게다가 규모가 축소되기 때문에 지출과 인력은 적어지는 반면 중계료 등 수입은 크게 차이 나지 않아 남는 장사를 할 수도 있다. 실내세계육상선수권대회도 유치해야 한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유치'개최한 노하우와 육상센터 등 인프라를 앞세우면 유치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그러나 고민할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진 않다. '포스트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지금부터 계획하고 준비해야 한다.

이호준(스포츠레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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