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주민자치센터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2000년 도입된 주민자치센터는 인근 주민들의 여가 활용을 위해 활용됐지만 '붕어빵 찍어내듯' 똑같은 프로그램과 열악한 시설로 주민들의 불만을 샀다. 그러나 올 들어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지역 특성을 살린 프로그램을 개발, 주민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열악한 시설, 붕어빵 프로그램
8일 오전 대구 중구의 한 주민자치센터 요가 강습장. 내부에는 연단과 집기들이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명상음악이 흘러나오는 소형 카세트는 제대로 소리가 나지 않았다. 요가 강습을 받던 주부 이모(40) 씨는 "시설이 열악한데다 몇 년째 똑같은 프로그램만 반복된다"며 "지역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불평했다.
대구시내 141개 주민자치센터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모두 843개에 이른다. 그러나 운영 프로그램은 서예, 댄스스포츠, 가요교실, 체력단련실, 탁구 등이 전부다. 중구의 경우 13개 주민자치센터 중 각각 서예교실이 5곳, 요가는 6곳에서 운영 중이다. 서구의 경우 17개 주민자치센터 모두 외국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주민자치센터가 인근의 교습소나 헬스클럽 등과 중복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상인들의 불만도 크다. 서구 모 주민자치센터의 경우 최신시설에 월 1만5천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헬스클럽 회원을 그러모으고 있다. 등록한 주민만 200여 명에 이른다. 인근에서 헬스클럽을 운영하는 권모(32) 씨는 "4년 전 주민자치센터에서 체력단련장을 재개장한 이후 20~30명 이상 손님이 줄었다"며 "또 다른 헬스클럽도 두 달 전 문을 닫았는데 주민센터 탓이 크다고 들었다"고 했다.
◆특성화 프로그램 시급
'천편일률적'이던 주민자치센터에 최근 들어 지역 특화 프로그램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자격증 취득이나 직업 교육, 어린이 놀이교실, 동화구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나오고 있는 것. 14일 오후 달서구 신당동 주민자치센터. 넓은 육아방에는 아이들의 책을 꽂을 책꽂이와 장난감, 어린이 놀이발달 교재 등이 갖춰져 있었다.
젖병을 세척할 수 있는 주방과 어린이 수면실, 샤워장 등도 마련됐다. 이곳은 두 달 전까지 10여 명의 주민들이 체력단련실로 이용하던 공간이었다. 이곳 주민자치센터는 이용률이 저조한 체력단련실 대신 다문화가정을 위한 공동육아방으로 꾸몄다. 다음달 1일부터 다문화가정 30가구를 모집해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갈 예정. 베트남 주부 쯩티킴토(31) 씨는 "세 살 난 딸아이와 시간을 보낼 곳이 마땅찮아 인근 복지관을 찾거나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기 일쑤였다"며 "다문화가정 엄마들과 함께 정보도 공유하고 아이들 교육도 가능해 기대가 크다"고 했다.
다른 지역도 하반기부터 색다른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다. 달서구 성당동과 도원동, 죽전동 주민센터는 청소년 문제 해결을 위한 '아동청소년상담사 양성과정'과 '자기주도적학습지도사 양성 과정'을 운영 중이다. 두류동은 21일부터 한 부모세대의 가족 갈등과 자녀교육 문제 해결을 돕는 '한 부모세대 자립능력향상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진천동은 부모와 자녀가 소통할 수 있는 '마이 원더풀 패밀리'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상인 3동은 다문화 및 새터민 가정의 한국 사회 적응을 돕는 프로그램을 계획 중이다.
곽대훈 달서구청장은 "주민자치센터가 생긴 지 10년이 지났지만 강좌 대부분이 취미나 오락에 그치고 있다"며 "주민 참여와 지역공동체 조성을 위한 프로그램을 계속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성현'황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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