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도 부부애도 문제없죠!…테니스 잉꼬부부 임찬욱·김미숙 씨

두 아들도 가세 테니스 가족…승부욕 아내, 새벽 운동 불사

마흔네 살의 동갑내기 부부 임찬욱
마흔네 살의 동갑내기 부부 임찬욱'김미숙 씨는 울진에서 소문난 테니스 잉꼬부부로 통한다. 박노익기자

부부가 같은 취미를 가지고 있다는 건 매우 행복한 일이다. 부부가 취미로 같은 운동을 한다면 삶은 더욱 활력 넘칠 것이다. 퇴근 후 또는 주말과 휴일, 운동으로 함께 시간을 보내면 건강을 지키면서 점점 멀어져 가는 부부애도 되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울진에 사는 마흔네 살의 임찬욱'김미숙 동갑내기 부부는 테니스로 부부애를 과시하고 있다.

남편 임찬욱 씨는 중학교 때까지 테니스 선수로 활약했다. 기초가 탄탄한 덕분에 동호인 테니스계에서는 실력파로 통한다. 지금은 울진군테니스협회 전무이사를 맡아 선수 관리와 테니스 보급에 힘쓰고 있다. 아내 김미숙 씨는 결혼 후 남편에게서 테니스를 배웠지만 지금은 남편보다 더 테니스 마니아가 돼 활동하고 있다.

초등학교 교사인 김 씨는 학교 일에, 아이를 낳고 키우느라 변변한 취미를 가지지 못했다.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을 낼 엄두를 못 냈어요."

김 씨가 테니스를 치겠다고 다짐한 건 둘째 아들이 어린이집에 가면서였다. 당시 큰아들은 초등학생이어서 손가는 일이 적었다. 7년 전 일이다. 그때부터 부부의 생활 패턴이 일정해졌다. 퇴근길 또는 집에 귀가한 뒤 한두 시간 함께 테니스를 했다. 두 아들이 중3, 초등학교 6학년으로 성장하는 동안 테니스 실력도 부쩍 늘었다. 요즘은 두 아들까지 가세해 울진군에서는 내로라하는 '테니스 가족'이 됐다.

"주말엔 가족 모두가 테니스 코트로 출동합니다. 큰아들은 엄마와, 작은아들은 아빠와 한편이 돼 시합을 합니다. 가끔은 아이들이 모은 용돈으로 저녁 사기 시합을 합니다. 그럴 때면 대단한 승부가 펼쳐집니다."

이들 테니스 부부는 이달 10~13일 울진에서 열린 제49회 경북도민체전에 군부 테니스 남자 일반부와 여자 일반부에 나란히 출전해 '울진군'의 명예를 걸고 코트에서 뛰었다. 남편 임 씨가 속한 팀은 3위를 차지했지만 아내 김 씨가 뛴 팀은 첫 경기서 탈락했다. 그러나 울진을 대표해 선수로 뛰었다는 뿌듯함에 이번 대회 출전이 훈장처럼 여겨졌다.

테니스를 시작한 지 7년. 동호인 테니스지만 10년, 20년씩 익힌 강자들의 실력은 선수 못지않다. 임 씨는 "결코 아내가 못 한 게 아닙니다. 다른 선수들이 더 잘한 거죠. (남편과 아내) 둘이 시합하면 쉽게 승부를 내기 힘들 만큼 실력이 엇비슷한걸요"라며 아내를 다독거렸다.

부부지만 테니스를 하는 스타일은 정반대다. 임 씨는 이기고 지는 데 연연하기보다 즐기는 쪽이다. 아내 김 씨는 반대로 승부욕이 강해서 지는 걸 싫어한다. 2년 전부터 김 씨가 울진군 테니스협회 이름으로 울진군에서 테니스를 즐기는 20쌍의 부부를 모아 테니스대회를 열었을 때다.

그 대회서 손꼽히는 실력파였던 이들 부부는 우승하지 못했다. 김 씨는 "마음이 여린 남편이 결정적 순간, 공을 세게 치지 않고 쉽게 넘겨주는 바람에 졌다"며 그 이후로는 여린 남편을 대신해 자신이 악역을 맡았다고 했다.

김 씨는 어렵게 시작한 테니스에 온갖 열정을 다 기울이고 있다.

"퇴근길엔 반드시 코트에 들러 한두 시간 운동을 하고 잘 안 될 땐 새벽에도 나가 테니스를 했어요."

테니스의 재미에 한참 빠졌을 땐 힘든 줄도 몰랐다.

"공을 겨우 받아칠 때였어요. 200여 개 되는 공을 다 치고 나니 코트 곳곳에 공이 너저분하게 흩어져 있었어요. 숨쉬기도 힘들 만큼 지쳐 있었는데 갑자기 코트 여기저기서 노란 꽃이 핀 것처럼 아름답게 보였어요."

엄마의 노력하는 모습은 자식들에게 좋은 학습 자료로 작용했다. 테니스를 잘하기 위해 달리기 연습을 하고 팔의 근력을 키우려 팔굽혀펴기도 마다하지 않는 엄마를 보며 아들은 "엄마도 잘되지 않으면 노력하는구나. 나도 공부를 잘하려면 열심히 해야지"라고 말하더라는 것.

부부는 아이들까지 테니스를 가르쳐 가족의 공통분모를 만들어가고 있다. 건강에도 좋지만 가족의 파트너십을 갖기 위해서다. 둘째 아들은 글쓰기 때면 부모와 함께하는 테니스 자랑을 늘어놓는다. 또 가끔은 동호인들 앞에서 바이올린 즉흥 연주를 한다. 테니스 코트를 빌려줘서 고맙다는 인사다.

김 씨는 "큰아들이 초교 4학년 때였어요. 아빠와 긴 랠리를 하는 걸 본 동호인이 잘한다고 칭찬하자, 아들이 '아빠가 잘 넘겨준 덕분이다'고 말해 대견함을 느꼈어요. 테니스를 통해 교육 효과도 보고 있다"며 좋아했다.

연애를 하던 대학생 때 생활체육대회에서 백핸드 하이발리를 치는 임 씨의 모습에 반했다는 김 씨는 테니스를 하고부터는 남편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닦달하지 않는다고 했다. 테니스 '고수'에 대한 예의를 갖추기 위해서였다는 것. 그래서 이 부부는 싸울 일이 없다. 아내는 남편을 '고수'로 보고 남편은 테니스에 빠진 아내를 위해 설거지 등 집안일을 자진해서 거들어주기 때문이다.

이들 부부는 테니스 전국여행을 꿈꾸고 있다. 여행하면서 전국의 테니스 동호인들을 만나보는 것이다. 김 씨가 악바리처럼 테니스에 빠진 것도 다른 지역 동호인들과 경기를 했을 때 실력이 모자라 누를 끼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함이다. 부부는 "아이들이 좀 더 크면 해외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테니스대회를 보러 가고 싶다"고 했다. 그 첫 대회를 호주오픈으로 잡은 부부는 통장에 여행 경비를 조금씩 늘려가고 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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