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휴대폰 전자파 유해성 논란이 한창이다. 휴대폰 전자파가 뇌에 영향을 준다는 이야기들은 계속 있어왔는데 얼마 전 세계보건기구(WHO)의 발표와 함께 그 논란이 더욱 가중됐다. 나도 휴대폰으로 통화를 제법 많이 하는 편이라 괜스레 걱정이 앞선다. 그런데 사실 휴대폰 전자파만이 우리의 건강을 해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병원에 있다 보면 대기 환자들이 조그마한 휴대폰 액정에 빠져들어갈 듯 목을 굽히고 휴대폰을 장시간 보고 있는 모습을 자주 본다. 그럴 때마다 나는 전자파의 노출보다 저들의 목이나 눈이 더 걱정되곤 한다. 이미 생활의 일부가 돼 너무나도 익숙해져버린 휴대폰. 게다가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남녀노소 구분할 것 없이 일상생활의 장난감이 된 휴대폰이기에 우리는 건강하게 휴대폰을 사용하는 법에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WHO에서 제안한 '휴대전화 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내용은 간단하다. 어린이들은 긴급한 경우가 아니라면 휴대폰 사용을 자제하고, 되도록 휴대폰을 몸 가까이 두지 말며, 장시간 통화할 때에는 유선전화를 이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언뜻 보면 매우 쉬워 보이지만 휴대폰이 우리의 일상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어느 것 하나 쉽게 바꾸기란 쉽지가 않다.
일단 휴대폰의 작은 액정을 집중해서 보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목이 구부러지게 된다. 이럴 땐 최대한 화면 액정의 높이를 가슴높이에 맞추고 수시로 자세를 바꿔주면서 목디스크나 만성피로증이 생기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또한 장시간 휴대폰 액정을 들여다보면 눈 건강에도 매우 좋지 않은데, 틈틈이 주의를 환기시키고 의식적으로 먼 곳을 바라보거나 눈을 깜빡거리는 연습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전자파와 관련해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통화습관에 대해 살펴보면, 되도록 휴대전화를 직접 귀에 대고 통화하기보다는 이어폰을 사용하여 통화하는 것을 권장한다.
젊은 세대들이야 이어폰 사용이 익숙하겠지만 나이든 우리 세대가 볼 때 이어폰을 착용한 채 혼자 중얼거리는 모습은 아무래도 어색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멋이 아니라 건강이라 생각하고 최대한 실천해 보자. 그리고 정 안 되면 양쪽으로 돌려 휴대전화기를 귀에 대는 습관을 들여보자.
병원에서나 집에서 이런저런 대화를 하다가 궁금했던 걸 순간순간 스마트폰으로 검색해서 말하는 젊은 친구들을 보면 새삼 부러웠다. 가뜩이나 하루하루 나이듦에 대해 걱정하게 되는 세대인데 점점 젊은 친구들과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이 바뀌는 게 겁이 나긴 하다. 그렇기에 스마트폰은 여전히 나에게 숙제이다. 그래도 스마트폰을 스마트하게 사용할 자신은 없더라도 건강만큼은 스마트하게 지켜보고 싶다.
이희경 영남대병원 치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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