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부산 저축銀 사태 4개월 지났지만…매각이나 피해자 구제 등 해결 기미 안보여

피해자 구제 해결책 마련 실마리조차 풀지 못했다

대규모 예금 인출과 영업정지, 비리 등으로 얼룩진 부산저축은행 사태가 4개월여를 맞고 있으나 매각이나 피해자 구제 등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장기화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월 17일 부산'대전저축은행, 2월 19일 부산2'중앙부산'전주저축은행에 대해 각각 영업정지 조치를 내렸다. 이들 저축은행은 금융위원회의 저축은행중앙회 차입한도 확대, 은행을 통한 대출 등 유동성 지원 조치에도 불구하고 지난 1월부터 예금인출(뱅크런:Bank Run) 사태가 지속되는 등 은행 부실과 비리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3월 부산저축은행그룹에 대한 자산실사를 벌인 결과 순자산가액이 2조9천172억원에 불과해 회생이 불가하다고 판단, 지난달 24일 그룹 산하 7개 저축은행에 대한 매각 공고를 냈다.

6월 현재 부산저축은행 비리가 연속으로 터져나오면서 매각작업이 늦어져 11만7천 명에 달하는 5천만원 이하 예금자들이 언제 돈을 찾을 수 있을지 막막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부산저축은행그룹의 경우 통상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의 매각작업이 3, 4개월 걸리는 것과 달리 영업정지기간인 6개월을 넘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금융권의 전망이다.

◆막막한 피해보상과 해법

저축은행 사태로 서민들이 입은 피해는 막대하다.

장애 3급으로 요양병원에 입원한 남편과 대학생 자녀 2명을 뒷바라지해온 A(50) 씨는 목욕탕 때밀이를 하면서 평생 모은 돈으로 후순위채권을 샀다가 보호를 받지 못해 망연자실해하고 있다.

1998년 외환위기로 살던 집에서 쫓겨난 뒤 가족들과 떨어져 살던 B(45) 씨는 13년 동안 악착같이 모은 돈 1억5천만원을 대전상호저축은행에 예금했다 영업정지로 인해 원금조차 받지 못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13일 "영업정지 후순위채권 피해자신고센터를 이달 안에 설치해 후순위채권 피해자를 직접 구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후순위채권 판매과정에서 저축은행이 약관과 리스크를 투자자에게 제대로 설명했는지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다.

부산지역 정치인 대다수는 지난달까지 피해보상을 위한 해법을 강구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지금까지 아무도 명확한 해법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달 들어 저축은행 사태가 여야 간 정치공방으로 번지면서 원칙론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다시 나오는 등 서민들에 대한 피해보상 등 해결책 마련은 요원하기만 하다.

◆그룹 비리와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

부산저축은행 그룹 사태는 계열은행들이 총 여신규모 중 5조4천여억원을 불법적으로 빼내 대주주 등에게 빌려준 뒤 5조원 이상을 회수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면서 발단이 됐다.

경영진은 각종 사업추진을 위해 5개 계열은행 여신총액 7조원 중 5조3천400억원가량을 특수목적법인(SPC), 대주주 등에게 대출하고, 일반인들에게는 1조6천600억원만 빌려줬다.

경영진은 2008년과 2009년 결산과정에서 모두 2조4천533억원 상당의 분식회계 처리를 통해 BIS 비율을 인위로 높게 조작함으로써 예금자 및 투자자들에게 우량 저축은행으로 인식하도록 한 뒤 후순위채를 팔고, 수신고도 올렸다.

경영진들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도 확인됐다. 각 계열은행 경영진은 '분식회계를 통한 허위 수익'을 내세워 고액의 급여와 고율의 배당금을 지급했고, 대주주 등은 개인 빚을 갚기 위해 공금을 횡령하기도 했다. 특히 대주주를 비롯한 경영진들이 계열은행의 영업정지를 예상하고 영업정지 며칠 전부터 예금을 빼내거나 재산을 은닉하려 한 정황도 포착됐다.

부산'이영철기자 busan516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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