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의 다음 달 잠정 발효를 앞두고 외교통상부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라 EU의 이익을 위한 조직"이라는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기업형 슈퍼마켓(SSM) 규제법과 충돌하는 한-EU FTA 관련 조항을 잠정 발효 대상에서 제외하라는 소상공인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SSM 규제법은 전통시장 반경 500m 이내에 SSM 입점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한-EU는 유통시장을 EU 측에 아무런 조건 없이 모두 개방토록 했다. 이에 따라 협정 발효 후 EU가 이의를 제기할 경우 SSM 규제법은 효력을 잃게 된다. 천신만고 끝에 마련된 소상공인 보호 장치가 없어지는 것이다.
이에 대해 소상공인들은 EU가 지적재산권 행사 등 17개 조항을 잠정 발효 대상에서 제외키로 한 것과 형평을 맞춰 우리도 SSM 규제법과 충돌하는 조항을 잠정 발효 대상에서 빼달라고 요구했으나 외교부는 귀를 닫고 있다. 어느 한쪽이 잠정 발효 대상을 임의로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기존의 약속을 뒤집은 것이라는 점에서 정부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처사이기도 하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비준동의안을 우선 처리한 뒤 EU와 협상해 협정문 내용을 개정하겠다고 약속했었다.
외국의 이익과 국내의 이익이 충돌할 경우 당연히 국내 이익을 우선 보호해야 하는 것이 정부의 임무다. 외교부는 이런 기본적인 책무마저 방기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무역의 활성화도 중요하지만 국내 소상공인의 생존은 더 중요하다. 외교부는 SSM 규제법이 한-EU FTA 규정에 반한다는 논리에서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런 경직된 자세를 고집할 것이 아니라 SSM 규제법을 살릴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외교부의 존재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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