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의 상흔을 간직한 경북 칠곡군 왜관읍 '호국의 다리'(옛 왜관철교)가 25일 낙동강살리기사업의 무리한 준설과 장맛비로 인해 일부 구간이 붕괴됐다.
25일 오전 4시 10분쯤 칠곡군 약목면 관호리에 있는 호국의 다리 중 약목 방면 2번 교각이 무너지면서 상판 2개와 다리 위쪽 철구조물이 함께 붕괴됐다. 다리 전체 469m 가운데 60여m가량이 유실됐지만 통행이 드문 새벽에 일어난 사고여서 인명피해로 이어지진 않았다. 낮 시간에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이날 사고는 바로 인접한 4대강 사업 칠곡보 조성(24공구)으로 인한 지반 침식 현상이 심화된 상태에서 24일부터 내린 낙동강 상류(안동·영주 등 경북북부지방)에 내린 폭우로 강물이 갑자기 불어나, 노후화된 교각에 심한 충격이 가해져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기백 칠곡군 재난관리과장은 "교량이 무너지기 전날부터 경북북부 지방에 내린 200㎜에 가까운 장맛비의 영향으로 평소보다 낙동강 호국의 다리를 통과하는 수량이 20~30% 많아지고 유속 또한 크게 빨라진 게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칠곡보는 교량 붕괴사고가 발생한 호국의 다리에서 약 600m 지점인 칠곡군 석적읍 중지리(왜관지구 전적기념관에서 왜관 방면으로 약 300m 아래 지점)∼약목면 관호리 예야제(낙동강 제방) 사이 400m(고정보 168m, 가동보 232m) 구간에 대우건설이 컨소시엄 방식으로 건설하고 있다.
주민 박모(53·왜관읍 왜관리) 씨는 "칠곡보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무리한 준설작업으로 강 수심이 평소보다 수m씩이나 깊어진 데다 주변 제방 곳곳이 준설 작업에 따른 침식현상이 빚어진 가운데 이번 장맛비의 영향으로 무너져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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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가 나자 김관용 경상북도지사가 사고현장을 방문한 데 이어 부산국토관리청과 칠곡보 시공사인 대우건설, 칠곡군 관계자 등이 긴급 출동해 주민들의 현장출입을 금지하고 교량붕괴에 따른 사고원인 분석과 사후 복구대책 수립에 나섰다.
한편 23일부터 최고 300㎜의 장맛비가 쏟아진 경북 북부지역 곳곳에는 24일 농경지 침수 등 비 피해가 잇따랐다.
예천지역의 경우 감천면 덕율리 수용천 제방 10m 정도가 불어난 강물로 붕괴되면서 2㏊의 농경지가 침수됐으며, 보문면 이호리 지방도 928호선 절개지 흙이 흘러내려 도로 40m를 덮쳐 차량통행이 차단됐다. 또 예천읍 백전리에서 야산 토사가 흘러내려 인근 도로와 주택을 덮쳐 주민들이 대피하기도 했다.
안동지역에서는 풍천면 광덕리 비닐하우스 10동의 수박과 호박이 물에 잠기는 피해를 당했으며, 예안면 삼계리 10㏊의 농경지가 침수됐다. 영양지역도 국도 31호선 일월면 용화2리 구간에서 산사태가 발생했으며, 일월면 도계리 구간이 불어난 강물에 침수됐다.
칠곡·김성우기자 swkim@msnet.co.kr
안동 영양·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영상취재 장성혁기자 jsh052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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