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당대표에 홍준표 의원이 확정됐다. 이제 홍준표 대표 체제로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치를 집권여당의 새 얼굴이 그려졌다.
하지만 첫 걸음부터 무겁기만 하다. 당장 누가 되든 정통성 시비가 붙을 가능성이 높다. 이를 무마한다고 해도 정권재창출을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계파갈등과 당청충돌이란 '해묵은 숙제'가 남아 있다. 새 대표는 당선의 기쁨을 누리기도 전에 험난한 가시밭길을 걸어야 할 운명에 놓인 것이다.
◆유령선거인단 '제2 전국위' 예고 = 3일 이뤄진 선거인단 투표는 20만3518명 가운데 5만2809명이 투표장을 찾아 25.9%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인천, 광주, 대전, 전북은 10%대에 그쳤다. 4일 전당대회 현장에서 투표하는 대의원(8881명)이 전원 참석한다고 해도 전체 투표율은 30%를 넘지 못한다. 당 대표를 뽑는 선거에 선거인단의 3분의 1도 참여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패자쪽에서 "반쪽짜리 대표"라고 흔들어대면 쉽게 진압이 어려운 대목이다.
전당대회 룰을 결정하는 과정이나 엉터리 선거인단도 새 대표의 발목을 잡는다. 지난 6월 7일 전국위의 변칙 의결은 법원으로부터 가처분결정이 내려진 상태다. 당은 전국위를 다시 열어 룰을 재의결했지만, 어설프기 짝이 없는 장면이었다.
엉터리 선거인단은 '제2전국위 사태'를 예고한다. 당이 당원협의회로부터 제출받아 작성한 선거인단 명부 곳곳에서 허점이 발견됐다. 당원협의회나 중앙당에서 세밀한 확인없이 명부를 만들다보니 △사망자 △탈당자 △연락처 변경자가 속출했다. 자신이 선거인단인지 통보받지 못한 이들도 상당수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한 유력후보측 관계자는 "선거인단 가운데 최소 수천명에서 최대 수만명이 엉터리 선거인단으로 추정된다"며 "1위와 2위가 고작 1000∼2000표 차이일 텐데 패자쪽에서 이를 법적으로 문제 삼으면 전국위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책변화, 당청관계 시한폭탄 = 이번 전당대회는 막판으로 갈수록 계파갈등이 심했다. 후보마다 겉으론 '화합'을 얘기했지만, 뒷전에선 계파 표를 얻으려고 애걸복걸했다. 친이와 친박은 제각각 첫번째 표를 몰아줄 후보를 공공연하게 내세웠고 두번째 표까지 단속하는 데 급급해하는 분위기였다.
결국 누가 대표가 되든, 첨예한 계파갈등의 한복판에 서게 될 가능성이 높다. 자신을 민 계파의 이해를 대변하면 상대 계파로부터 공격받을 수 있다. 그렇다고 자신을 지지한 계파의 요구를 모른 척하면 마이너리그 출신이라는 한계와 맞물려 '물대표'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계파해소가 제1과제인 새 대표가 계파충돌의 틈바구니에 놓이는 역설적 상황이 예견되는 것이다.
당청관계도 변수다. 이명박정부 이후 대표들은 모두 친이 출신이었다. 하지만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한 후보 중에는 '정통 친이'가 없다. 일부 후보는 이미 '수평적 당청'을 내세워 청와대와의 냉전을 예고하고 있다.
청와대에선 변화 요구에 내몰린 후보들이 당청관계를 극단적 상황으로 몰고갈 가능성을 우려한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새 대표는 당장 총선 승리를 의식해 청와대가 주도해 온 복지와 경제 등 주요정책에 손댈 가능성이 높고, 이는 당청관계에 시한폭탄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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