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홍준표는… 93년 슬롯머신 사건 외압 불구 실세 구속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57)는 스스로의 표현처럼 '변방에서 중심으로 왔다'. 1996년 정치권에 입문한 이래 늘 따라다니던 '만년 비주류' 신세에서 드디어 벗어난 것이다. 그러나 그는 "변방의 치열한 정신을 잊지 않겠다"며 결기를 다졌다.

찢어지게 가난한 유소년 시절을 보낸 그는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에 당선된 뒤 즉석 연설을 통해 "일당 800원을 받던 경비원의 아들, 고리사채로 머리채를 잡혀 길거리를 끌려다니던 어머니의 아들이 집권 여당의 대표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국민들에게 보여줬다"고 말할 때는 잠시 동안 눈시울을 붉혔다. 어린 시절 부친은 울산으로 가서 현대중공업의 전신인 현대조선소의 경비원으로 일하기도 했고 모친은 달비(가발) 장사를 하기도 했다.

경남 창녕이 고향인 홍 대표는 대구에서 영남중'고를 나온 뒤 상경해서 고려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법시험을 준비한 그는 1982년 사시 24회에 합격, 청주지검에서 검사생활을 시작한다.

그는 서울지검 강력부 검사 시절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 1993년 당시 슬롯머신 사건을 수사하면서 박철언 전 의원 등 권력 실세들을 구속시켰다. 또 드라마 모래시계의 모델이 홍 대표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는 '모래시계 검사'로도 유명세를 탔다.

그를 정계에 입문시킨 것은 1996년 당시 신한국당 총재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이었다. 15대 총선을 앞두고 그는 '영입' 케이스로 신한국당에 입당, 정치를 시작했다. 야당 시절 그는 'DJ 저격수'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지만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오세훈 현 시장에게 패하는 등 비주류의 길을 벗어나지 못했다. 2007년 대선 때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야당의 BBK의혹 공세를 차단하는 데 앞장서기도 했지만 '친이계'로 편입되지 않고 독자노선을 고수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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