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물의 세계] 어린 생명을 가족의 품으로, 자연 속으로

야생동물을 진료하는 수의사에게 요즘은 어린 야생동물을 많이 보게 되는 계절이다. 어린 야생동물들은 주로 등산객이나 운동을 하는 시민들에 의해 구조돼 병원에 오게 된다. 최근 팔공산 자락의 한 골프장 숲에서 어린 고라니 한 마리가 발견돼 병원을 찾게 됐다.

고라니의 상태를 살펴보니 심한 탈진 상태였고, 최근에 영양을 거의 공급받지 못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응급처치를 하고 수액요법을 실시해 위험한 순간은 넘길 수 있었다. 치료가 어느 정도 되고 나서 구조자에게 고라니가 어미 품에 돌아갈 수 있도록 매뉴얼을 알려주고 고라니를 보내주었다.

병원에 방문하는 어린 야생동물들은 10마리 중 3마리가 살아남는 게 쉽지 않을 정도로 치료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야생동물은 아파도 드러내지 않고 숨기는 본성이 있어 사람들에게 발견될 정도라면 그만큼 건강상태가 심각하게 악화됐다고 볼 수 있다. 야생동물로 연간 200여 마리를 치료하는데, 어린 동물이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진정 구조의 손길이 필요해서 오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시민들의 잘못된 상식으로 어린 동물을 구조해서 가족과 생이별을 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린 야생동물에게 사람의 손보다는 어미의 품이 가장 좋은 생활환경이라는 것은 매우 중요한 상식이다.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어린 동물을 어미와 생이별하게 만든다면, 그로 인해 자칫하면 어린 생명이 위험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도심 속 생활환경은 시민들이 쾌적하게 느낄 수 있을 만큼 공원 조성이 잘 되어 있지만, 난개발로 인해 산림은 점차 훼손되어 야생동물이 살아갈 땅은 좁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야생동물들이 제 목숨 하나 연명하기 힘든 환경 속에서 자기 자식을 사람들의 손으로부터 보호하지 못해 생이별하는 경우가 많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어린 야생동물을 발견했을 때의 행동요령을 간단히 살펴보자. 고라니 같은 동물은 근처에 사람이 있다면 새끼를 데리러 오지 못하기 때문에 발견 장소에 그대로 둔 채로 어미가 찾아올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좋다. 만약 하루이틀 지난 후에도 그 자리에 있다면, 동물병원에 데려가는 것이 좋다. 야생조류의 경우, 대부분이 잘 날지 못해 떨어지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박스 속에 작은 구멍을 만들어 어린 새를 넣은 후 나무에 줄을 달아서 묶어두는 것이 좋다. 주변의 야생 고양이로부터 공격받지 않고 어미가 찾아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얼마 전 휴일, 가족들과 산림욕을 즐기고자 대구 인근 유원지를 방문했다. 유원지 앞 강가에서 어린 고라니를 발견하게 되었는데, 숲 속에 어미가 있을 만한 장소에 고라니를 잘 두고 멀리 떨어져서 쉬는 동안 관찰했다. 3시간쯤 지났을 때 고라니가 사라진 것을 본 후, 어미가 새끼를 데려갔다는 것을 알고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최동학 동인동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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