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귀신이 나와 무서워서 잠을 자지 못하겠어요."
어린 시절 한 번쯤은 이런 고통에 시달렸던 경험이 있다. 이런 공포에 시달리는 10세 초등학생이 엄마와 함께 한의원을 찾았다. 엄마는 아이가 혼자 자지 못하고 툭하면 "귀신이 나온다, 무섭다"하며 혼자 잠들기를 꺼려한다고 말했다. 아이 또한 사뭇 진지하게 창문이나 책상 밑, 옷장 속에서 뭔가 자꾸 나타난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6~10세를 전후해 '귀신이 나온다'며 상당히 예민해 하는 경우가 있다. 영화를 보고 나서라든지,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내용을 상상하면서 쉽게 민감해지기도 하지만 이러한 귀신에 대한 두려움과 약간의 호기심은 자연스럽게 지나가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두려움과 공포감을 호소하거나, 이로 인해 일상 생활에서 불편함을 느끼면 보완적 치료가 필요하다.
엄마와 함께 내원한 10세 아이는 거실에 불이 켜져 있지 않으면 혼자 화장실 가기를 꺼려하고, 어두워지면 혼자 집보기도 싫어했다. 물론 또래와 함께 바깥에서 뛰어노는 것보다 실내에서 가족끼리 놀려고 하는 소극적인 아이였다. 이 아이의 안색은 다소 창백하고 식사는 잘 하지만 배 아프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고, 부모로부터 꾸중을 들으면 눈물을 흘린다고 했다. 이러한 경우 기허(氣虛)로 판단돼 심장과 폐의 기(氣)를 강화시켜주는 이공산(異功散) 처방에 한약재를 가미(加味)해 줬다. 또한 엄마에게는 꾸중이나 염려보다는 격려와 여유있는 자세로 아이를 대하도록 조언했다.
한의학에서는 특히 소아에게 나타나는 두려움'공포감에 대한 치료는 담허(痰虛), 기허(氣虛), 신허(腎虛) 등 3가지 방법으로 이뤄진다. 3가지 패턴에 대한 구분은 생리'병리적 특징, 구비되는 증상, 허약 징후 등을 함께 고려해 각각에 맞는 치료방법을 선택한다.
귀신을 무서워하던 아이는 3주간의 치료 후 귀신이 생각나는 빈도가 줄고 야간 수면에 대한 불안감이 해소되었다, 이후 2주간의 치료를 통해 혼자서 자는 연습을 시작하였고, 안색도 호전되었으며 매사에 활기를 되찾았다. 아이를 걱정하던 엄마는 귀신에 대한 걱정도 사라지고 몸도 더 건강해졌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귀신이 무섭고 어둠이 공포스러운 아이들의 심리는 일시적으로 일어났다가 지나가는 어릴 적 추억으로 남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한 수면 장애, 피로 누적, 성장 저하 등의 문제를 야기시키는 증상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사소한 증상이라 하더라도 지속적으로 불편함을 호소한다면 꼭 귀 기울여 들어야 한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육체적 건강이 정신적 건강을 뒷받침하고 정신적 건강이 육체적 건강을 유지하도록 도와준다. 그래서 정서적 예민함과 불안함을 안정시키는 한의학적 치료는 증상 개선은 물론 심신의 균형있는 발달을 도모하게 한다.
전수영기자 poi2@msnet.co.kr
도움말'편세현 총명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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