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프로파일러

"시민들은 자신들이 사는 마을에서 순진한 소녀가 살해된 것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누가 그녀를 죽였는지 명확한 대답을 듣지 못했을 경우에는 항의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 대해서 나를 제외하고 어느 누구도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 한 여자가 숲 속에서 살해됐는데도 아무도 떠들어대지 않는다면 살인사건이 정말로 중요하지 않단 말인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서점에 나온 팻 브라운의 '프로파일러'(profiler)의 한 대목이다.

프로파일러는 일반 수사로서는 해결하기 힘든 연쇄살인사건 등에 투입되어 용의자의 성격과 행동 등을 분석하는 범죄심리분석 수사관을 말한다. 소설 프로파일러는 평범한 가정주부가 우연히 동네의 살인사건을 접하게 되면서 프로파일러의 길로 접어드는 과정을 그린 생생한 자전 스토리다. 살인범임을 확신하고 그의 방을 뒤져 증거물을 제시하지만 경찰의 평소 냉대와 법 집행기관의 무관심에 그녀는 분개한다. 부제 '연쇄살인범과 사이코패스를 추적하며 지낸 나의 인생'처럼 결국 자신을 내던지며 민간 프로파일러가 돼 사건을 해결한다는 내용이다.

이미 미국 범죄 드라마는 물론 우리나라 과학수사계에도 깊숙이 뿌리내린 프로파일러가 요즘 CEO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CEO포럼에 초청된 국내 최고 프로파일러 표창원 경찰대 교수는 "프로파일러는 범죄 현장을 보고 특성을 잡아내 범인을 찾아낸다"며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내가 상대해야 할 사람이 어떤 특성이 있고, 무엇에 영향을 받았는지를 알면 큰 도움이 된다"고 역설,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특히 "비즈니스 상대의 평소 골프 습관을 보면 어떻게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할지가 보입니다. 타수를 속이거나 볼을 바꿔 치는 행동은 나중에 사업에서도 그대로 나타납니다"며 페어플레이 정신을 강조했다. 또 "사람은 말보다 몸이 더 빨리, 더 크게 얘기하기 때문에 우리가 언어에 대해 갖고 있는 맹신을 버리고 사람의 표정, 눈의 떨림 등 몸짓 언어에 집중해야 한다" 등의 내용은 범죄 현장에서 찾아낸 생생한 생활철학이다.

프로파일러는 정의감이 충만한 직업이다. 상대방의 심리적인 상황을 역이용, 증거를 찾아낸다. 온 나라에 부패가 만연한 지금, 부정부패자는 냄새가 나게 마련이다. 이런 사람 추적해 찾아내는 '부패 프로파일러'는 없는가.

윤주태(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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