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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폭을 꽉 채운 문양, 상상의 포로가 된 관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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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훈 서양화전

이명훈 작
이명훈 작

"오늘날 현대미술은 작품과 관람자와의 '만남' 시간이 중요합니다. 관객이 작품 앞에서 얼마나 오래 서 있느냐가 관건이지요. 그만큼 많은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으니까요."

이명훈 화가의 그림에는 이야기가 '정말로' 풍부하다. 그림을 이루고 있는 작은 사각형 안에는 저마다 다른 이야기가 숨어 있다. 그 자체로도 하나의 작품으로서 완성도를 가진 작은 사각형이 수백 개가 모여 하나의 작품을 완성한다. 일단 관객의 발길을 작품 앞에 붙들어놓는 것엔 성공했다.

작가는 그림에서 우연과 필연을 혼재시켰다. 작은 사각형의 형태는 작가가 마련해놓은 필연. 전체 화면 전반에 흐르는 문양도 필연이고, 이것들이 만나 조화를 이루며 화면을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것은 '우연'이다.

대작만을 하는 작가는 이렇게 손이 많이 가는 작품을 아크릴 물감으로 그린다. 5, 6번 색을 칠해야 발색이 되는 아크릴 물감의 특성상 이 작품은 실로 오랜 시간이 투자되고 꼼꼼한 노력이 더해졌다. 이처럼 손이 많이 가는 작품의 특성상 직업병으로 오른팔의 인대가 늘어났지만 그는 붓을 놓을 수 없다. 작품이 그의 삶 전체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 세상에 전업 작가는 없다"고 말한다. 작가는 주로 막노동 등으로 생계를 이어왔다. 아르바이트로 막노동을 해 작품 활동의 기반을 마련한 후, 작품에 전념한다. 3년 전부터는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결혼도 미룬 채 오로지 작품에만 전념해왔다.

이렇듯 물을 주고 꽃을 피워내듯 작가는 이야기가 풍성한 작품을 만들어냈다.

작가는 작품에 대해 "기성화된 이미지가 아닌, 지금 이 시점의 미술이 필요로하는 새로운 이미지의 역할에 대한 고찰"이라고 말한다. 의미가 없는, 의미를 부여하지 않은 형태들이 부유하면서 스스로 화면을 만들어가고 활성화하는 단위로서 선택되어진 이미지의 역할이다.

전체 화면에 흐르는 문양은 관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보는 관점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관객들은 많은 이야깃거리를 상상할 수 있다. 전시는 AA갤러리에서 31일까지 열린다. 053)768-4799.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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