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식사 1인분이요."
11일 오후 1시 대구 중구 한 식당. 점심시간을 맞아 북적이는 식당 안으로 정장차림의 한 20대 남성이 들어섰다. 그는 자연스럽게 식당 한쪽 테이블로 향하더니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그가 앉은 곳은 독서실 테이블처럼 칸막이가 쳐진 1인용 식탁. 구수한 된장국 냄새는 비슷했지만 1인용 칸막이에 1인 손님 전문 식당이라는 점에서 일반 음식점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 연출됐다.
그는 "혼자 밥을 먹을 일이 많아 자주 들른다"며 "칸막이 때문에 혼자 먹어도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아 좋다"고 말했다.
#2 직장인 김수경(31'여) 씨는 작은(?)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
매일 아침 출근 전 미니 화장대에 앉아 머리를 다듬고 밥 두세 그릇 나올 정도로 작은 전기밥솥에 밥을 짓는다. 장을 볼 때도 쌀은 1㎏짜리 가장 작은 걸로, 채소나 과일도 한두 개만 고른다. 김 씨는 "혼자니까 아무래도 먹는 양이 적고 집도 클 필요가 없다"며 "식구가 더 생기지 않는 이상 불편함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싱글 마케팅이 소비 트렌드의 테마로 자리 잡고 있다.
독신 및 노인 가구가 늘면서 한국의 대표적 가구구성이 4인 가구에서 1, 2인 가구로 바뀌면서 이들을 겨냥한 싱글 마케팅 시장이 팽창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0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국내 1천733만8천 가구 중 2인 가구 비율은 24.3%(420만5천 가구)로 4인 가구 비율 22.5%(389만8천 가구)를 넘어섰다. 1인 가구 비율도 2005년 20.0%에서 지난해 23.9%로 늘어 4인 가구를 추월하고 있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싱글족이 급증하면서 미니 가전제품에서 소형가구, 1인용 식당에 이르기까지 소비 단위가 쪼개지고 있다"며 "20년 뒤에는 1인 가구가 전체 가구 수의 절반을 넘어설 정도로 빠르게 늘어날 전망인 만큼 미니 소비 트렌드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싱글 마케팅'을 겨냥한 미니 상품이 이미 정착한 상태다.
1, 2인분 밥을 지을 수 있는 전기밥솥, 티셔츠 몇 장 정도만 세탁이 가능한 미니 세탁기와 전자레인지, 가습기, 청소기, 정수기까지 1인용이 등장했다.
가구도 작은 공간을 이용할 수 있는 1, 2인용 소파, 의자를 찾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소형이나 낱개 포장 식료품들의 인기도 높다.
이마트에는 아예 '990원 상품' 코너를 만들었다. 이곳에서는 1인분으로 포장된 육류나 반찬, 4분의 1조각을 낸 수박, 양배추 등 과일 채소를 진열해 놓고 있다. 콜라도 기존 500㎖ 대신 300㎖ 상품이 출시되고 맥주, 소주, 와인 등 주류도 혼자 마실 수 있는 분량의 미니 상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홈플러스 신종철 과장은 "싱글족들은 자신이 원하는 메뉴, 제품, 그리고 분위기가 조성돼 있는 곳을 선호하고 자신이 좋아하고 배우고 싶고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비용이 들더라도 전혀 부담을 갖지 않는 성향이 크다"며 "유통업계에서는 싱글족 코드에 맞는 제품과 메뉴 개발에 한창"이라고 말했다.
가족 단위의 분화는 외식문화도 바꿔놓고 있다.
패밀리레스토랑이나 프랜차이즈 식당들의 경우 식탁이 4~6인용 중심에서 2인용이 늘고 있다.
아예 싱글족들을 겨냥해 창가 쪽을 이용해 한 사람이 편안히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하거나 2인용 식탁 비율을 20~30% 이상 늘리고 있다.
또 싱글족들을 위해 음식을 포장판매하는 업소들도 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싱글 마케팅은 외식업계에서 아주 중요한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면서 "자리가 없어 손님을 돌려보낼 필요도 없고 테이블 회전율도 빨라 매출에 1석2조"라고 말했다.
주택업계에서도 '미니'가 대세다.
1, 2인 가구를 위한 오피스텔이나 60㎡(20평) 미만 소형 아파트 분양이 잇따르고 있고, 정부는 소형 가구를 위해 각종 규제를 대폭 완화한 도시형 생활주택을 도입했다.
실제 화성산업이 지난 5월 분양한 수성구 범어숲 단지의 경우 실내를 쪼개 임대할 수 있는 구조의 아파트를 분양했다. 이 아파트는 84m(30평) 아파트 방 하나를 벽으로 막으면 출입문, 화장실, 세탁실에 주방까지 딸린 원룸이 만들어지는 구조다.
또 삼정은 지난달 분양한 달서구 브리티시 용산 단지에 18~19평 아파트를 도입해 1순위 청약을 마감했다.
부동산 관계자들은 "1, 2인 가구 증가로 주택시장에서 소형 주택이 테마로 떠오르고 있다"며 "향후 중대형보다는 소형 주택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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