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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 야학 '새얼학교' 역사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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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0명 중·장년 학생 배움의 한풀이…학생·교사 없어 23일 마지막 졸업

새얼학교 졸업생 12명과 대학생 교사들이 지난 2009년 9월 졸업식을 가진 후 기념촬영을 했다. 새얼학교 제공
새얼학교 졸업생 12명과 대학생 교사들이 지난 2009년 9월 졸업식을 가진 후 기념촬영을 했다. 새얼학교 제공

대구에서 33년 동안 '야학'(야간학교)의 명맥을 이어온 남구 대명동 '새얼학교'가 이달 23일 졸업식을 끝으로 문을 닫는다. 1977년 11월 대구대교구 가톨릭 대학생 연합회가 세운 새얼학교는 배움에 목말라했던 '중'장년 학생'들의 갈증을 해소해 주던 오아시스였다.

◆희망을 선물한 학교

새얼학교는 지난해까지 중등부 345명, 고등부 235명 등 580명에게 배움의 한을 풀어주었다. 하지만 학생과 가르칠 교사가 줄면서 더 이상 학교를 유지할 수 없게 됐다. 개교 당시 대학생 교사는 40명 선이었고 현재 18명의 교사가 등록돼 있지만 최근 들어 청년실업난 등의 이유로 지원자가 급감했고 다음 학기에는 단 한 명의 지원자도 없었다. 학생 수도 최근엔 10∼20명에 그치고 있다. 학생들은 평일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고'대입 검정고시 과목인 국어, 영어, 수학 등 7개 과목을 배웠다.

23일 이 학교의 마지막 졸업식을 앞두고 19명의 마지막 졸업생들은 진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정모(58'여'남구 대명동) 씨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 초교 4학년 이후로 교육을 받지 못했다. 미리 받았던 5학년 교과서를 펴보지도 못한 게 가슴의 응어리가 져 있었는데 이곳에서 못 배운 한을 풀었다"며 "새벽 1시까지 집에서 동영상을 보며 대입 검정고시를 통과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는데 학교가 사라진다니 안타깝다"고 울먹였다.

김모(60'수성구 만촌동) 씨도 "이 학교에서 중'고등학교 과정을 마칠 수 있어서 행복하고 고마웠다"고 한숨을 쉬었다.

김분임(61'여'남구 대명동) 씨는 "자식 같은 선생님들이 일부러 시간을 내서 가르쳐 주는 게 고마워 한 번도 결석하지 않았다"고 했다. 1999년부터 동창회장을 맡아 온 허오영(49'달성군 다사읍) 씨는 "1984년부터 4년 동안 중'고교 검정고시를 통과하고 그 계기로 전문대까지 졸업할 용기를 준 이 학교는 가장 소중한 모교"라고 아쉬워했다.

◆취업난에 봉사정신도 사라진다?

새얼학교는 학생이 아닌 교사들에게도 '희망'이었다. 주부 최해자(40'여'달서구 본리동) 씨는 "아이들과 다녀온 어학연수를 계기로 고등부 영어를 가르쳐 보기로 결심했다. 나에게 용기와 기회를 준 고마운 곳"이라고 했다. 현직 고교교사 장성훈(29) 씨는 "나이가 많은 분을 가르치다 보니 새롭게 깨닫는 게 많았다"며 "좀 더 좋은 교사가 되겠다고 결심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친구를 대신해 잠시 수업을 맡았다가 야학의 매력에 빠져 2년간 가르친 김지윤(32'여) 씨는 "배운다는 마음가짐으로 수업할 때가 많았다"고 웃었다. 대학생 배유라(22'여) 씨도 "나이가 많음에도 열정적으로 수업에 동참하시는 분들을 보며 나 자신도 마음을 다잡고 수업할 수 있었다"고 했다.

새얼학교에서 21년째 교사로 있는 우상수(51) 교감은 "4, 5년 전부터 대학생 교사 구하기가 힘들어졌다. 대졸 실업자가 넘쳐나고 취업이 하늘의 별 따기인 상황에서 순수한 봉사 의식을 바라는 게 너무 어려운 일이 돼버렸다"며 "봉사도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할 수 있는데 우리 사회가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은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백경열기자 b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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