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군 악습 뿌리 뽑으려면 지휘관부터 바뀌어야

지난 4일 인천 강화군의 해병 부대에서 총기 난사 사건으로 4명이 숨진 데 이어 10일 포항의 한 해병 부대에서 정모 일병이 목을 매 숨진 사건이 일어났다. 정 일병의 유족들은 정 일병이 선임병들로부터 일을 못해 작업에서 제외시키는 '작업열외'와 구타를 당해 자살했다고 주장했다. 해병대는 사망 원인과 배경 등을 조사, 그 결과를 밝히기로 했다.

일련의 비극적인 사태의 배경에는 구타나 가혹 행위, 집단 따돌림 등 군의 고질적인 악습이 자리 잡고 있다. 2005년 경기도 연천의 부대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진 후 '자율 내무 생활' 도입, 자살 예방, 언어폭력 근절 대책 등이 시행돼 왔지만 악습이 여전히 뿌리 뽑히지 않고 있음을 나타낸다. 특히 해병대는 유낙준 사령관이 "타군에 비해 병영 문화가 10년 이상 뒤졌음을 인정한다"고 할 정도로 악습의 폐해가 강하게 남아 있다.

국방부의 군 사망 통계에 따르면 2005년 이후 해마다 자살자가 60~80여 명에 달하고 있다. 지휘관들이 악습을 방치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김관진 국방장관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군 내부의 악습을 완전히 털어내기 위해 후진적 병영 문화에 대한 실태 조사를 긴급 지시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더 이상의 비극을 막기 위해 뼈를 깎는 자성과 실천적 노력이 필요하다.

군은 부적응 사병 등을 엄정히 가리기 위한 조치를 실시하겠다고 하는 등 대책 일부를 이미 내놓고 있다. 군 악습에 대한 신고 체계를 강화하고 병사들의 언로를 보장하는 대책 등도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대책 보완과 함께 중요한 것은 지휘관들의 자세이다. 일선 지휘관들부터 부모와 같은 마음으로 병사들을 세심하게 지켜보고 보살펴 문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지휘관들의 자세를 바꾸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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