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연극 맛있게 먹기] 연극, 음식처럼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자

연극을 맛있게 먹는다고? 연극이 먹는 음식이야?

'연극 맛있게 먹기'라는 제목에 수긍할 수 없는 사람이 던질 법한 질문이다. 연극은 음식이 아니라 예술이니 먹는다고 표현하기보다는 본다고 하는 게 정확한 거니까. 그럼 이쯤에서 학창시절을 떠올려보면 어떨까. 국어 수업시간에 배운 '시적허용'이란 단어가 기억난다면 연극을 맛있게 먹는다는 표현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그렇게 어려운 말을 쓰며 설명하지 않더라도 연극을 먹는다는 건 누구라도 이해할 수 있는 쉬운 표현이다. 결코 이상하거나 독특한 표현이 아니다. 꿈을 먹고 희망을 먹듯이 연극도 먹는 것이니까. 인간이 음식을 먹어서 생존에 필요한 영양분을 섭취하듯이 연극도 먹어서 영양분을 섭취하는 것이다. 다만, 음식이 몸에 필요한 영양분을 준다면 연극은 마음에 필요한 영양분을 준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이 동물들과 다른 점이 마음이라는 것이니 인간으로 살기 위해서는 연극을 먹어야 하지 않을까. 인간이 아니라면 먹을 수 없는 인간만의 특권이니 맘껏 드시길 바란다. 이게 바로 연극의 한 특징이자 예술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이 만들어냈고 인간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아름다운 음식, 마음을 살찌우는 연극을 맛있게 먹어보자.

그러면 어떻게 먹으면 될까? 어떻게 먹으면 맛있게 먹는 걸까? 음식도 먹는 방법이 있듯이 연극도 먹는 방법이 있다. 그렇다고 양식을 먹을 때 포크 사용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처럼 딱딱한 격식을 얘기하는 건 아니다. 먹을 수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재료가 무엇인지, 익혀야 하는지 생으로 먹어야 하는지 등 말을 하기 전부터 배운 음식문화처럼 연극문화도 하나씩 배워간다면 연극을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을 뿐이다.

각 나라마다 혹은 시대마다 다양한 음식이 존재하고 먹는 방법도 각기 다르듯이 연극도 그런 음식문화와 비슷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 또한 음식문화가 인간의 역사와 뿌리를 같이하는 것처럼 연극도 인간과 비슷한 역사를 자랑한다. 현대의 연극과는 다르겠지만 원시인들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것도 일종의 연극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 아직 남아 있는 '굿'을 연극의 일종으로 해석하는 경우도 같은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안동 하회탈로 유명한 '하회별신굿'을 떠올려본다면 더욱 이해하기 쉽다. 현대의 연극 기준으로 봐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확실히 연극적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음식, 새로 개발된 음식 등 음식문화가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는 것처럼 연극도 기원전부터 지금까지 공연되고 있는 '오이디푸스왕' 등의 작품부터 창작초연 작품 등 다양한 모습으로 계속 변화하며 발전하고 있다. 조각'그림'시'소설 등의 예술과는 달리 연극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인간의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며 펼쳐진다는 것이다. 신윤복의 '미인도'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는 이미 우리가 보기 전에 그려져서 그대로 존재하지만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배우를 통해 현재에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연극의 특징인 것이다. 물론 이는 오페라, 무용, 뮤지컬 등 다른 공연예술의 특징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보면 흔히 연극과 비슷하다고들 생각하는 영화는 오히려 그림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연극의 현장성을 지니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현장성이야말로 연극의 가장 독특한 재미이자 맛이다. 같은 작품에 같은 배우라고 해도 매회 다른 공연이 펼쳐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바로 음식과 기가 막히게 닮아 있는 점이다. 식당이나 극장이라고 하는 현장에서 직접 보고 즐기며 맛볼 수 있다는 특징이 인간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같은 재료, 같은 작품이라고 해도 요리하는 사람, 연출하는 사람, 출연하는 배우에 따라 항상 맛이 달라진다. 심지어 누구와 함께하느냐에 따라서 그 맛이 달라지기도 한다. 그러니 그것들을 모두 제대로 안 상태에서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면 연극을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어쩌면 어렵게 생각할 수 있는 연극도 흔히 즐기는 음식처럼 얼마든지 마음 편하게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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