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골목에서 야구방망이 대신 주먹으로 고무공을 때리며 친구들과 놀았던 운동입니다."
티볼을 보급하고 있는 김동윤(41) 씨는 15일 대구 동구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장비 세트를 펼쳐 보이며 티볼을 소개했다. 그가 방망이, 홈을 비롯한 1, 2, 3루 베이스, 공, 그리고 공을 놓는 티를 꺼내 제자리에 놓으니 운동장이 작은 야구장으로 변했다. 특이한 건 1루에 2개의 베이스를 설치한 것. 하나는 공을 친 주자가 밟은 베이스고, 다른 하나는 수비수가 1루로 던질 때 1루수가 밟는 베이스라고 했다. 1루에 2개의 베이스를 설치한 건 타자와 1루수가 부딪칠 수 있는 위험을 방지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홈베이스 앞에 허리춤까지 오는 티를 놓고, 그 위에 공을 얹고서 방망이로 힘껏 쳐 공을 원하는 곳으로 보냅니다. 그러면 수비는 공을 잡아 아웃시킵니다. 경기 방법은 야구에서 큰틀을 옮겨 왔기 때문에 야구에 관심이 있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어요."
김 씨가 티볼 강의부터 한 건 역시 이 스포츠가 아직은 많은 사람에게 낯설기 때문이다. 그도 사실 1년 전까지만 해도 티볼을 전혀 몰랐다. 처음 접했을 때도 아이들 놀이쯤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시시할 것 같은 이 스포츠가 구석구석 뜯어보니 여간 재미있는 게 아니었다.
"지난해 여름, 지인의 소개로 티볼을 알게 됐고 대구에 티볼을 활성화하고자 애쓰는 사람들이 있다기에 만났습니다. 야구와 소프트볼을 접목해 만든 새로운 스포츠라는 점에 관심을 두게 됐고 무엇보다 다칠 위험 없이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었어요."
티볼은 우선 투수가 없다. 수비는 투수를 뺀 10명이 각 포지션에 들어서고 중견수와 유격수는 2명이 본다. 선수 구성은 상황에 따라 조절할 수 있으며 많게는 15명까지 가능하다. 경기에서는 슬라이딩이 없고 도루도 허용하지 않는다. 특이한 점은 야구처럼 삼진아웃제가 아니라 공격 때 순서대로 전원이 타격하고 끝이 나면 공수 교대를 하는데, 잔루가 있을 땐 그 다음 공격 때 누상에 나간다.
투수의 공을 때리는 것과 달리 투수 없이 티에 공을 올려놓고 치니 다칠 염려가 없고 타격 기회도 똑같이 주어져 잘하고 못함을 따져 타석 순서를 정할 필요도 없다.
"야구나 소프트볼은 투수의 역할이 크다 보니 다른 포지션 선수들은 활약할 기회가 적을 수밖에 없어요. 티볼은 선수 전원이 참가하고 즐길 수 있죠. 참으로 공평한 운동입니다. 못한다고 눈치 볼 이유도 없죠. 공을 멀리 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빈 곳에 공을 치는 것도 기술이어서 힘이 세고 약하도 따질 필요가 없죠. 볼을 치고 달리고 던지니 전신운동이 되죠."
태권도 도장을 운영하는 그는 이 스포츠를 아이들에게 가르치면 참 좋겠다 생각했다. 서둘러 장비를 구입했고, 아이들에게 가르치기 위해 티볼 연구를 시작했다. 이왕이면 제대로 배워보자 싶어 올 1월 출범한 대구시티볼연합회의 이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동구연합회 부회장까지 맡은 그는 우선 동구지역 태권도 도장에 동호회 결성을 주선했고 4월에는 동구회장배라는 이름을 붙여 제1회 동구티볼대회를 열었다. 이 대회에는 초등학교 3~6년생으로 구성된 7개 팀이 참가했다.
어른들이 하기엔 박진감이 떨어지지 않을까? 김 씨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했다. "공이 무서워 야구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티볼만한 운동이 없죠. 어른들 경우 글러브 없이 맨손으로 할 수 있어 장비 구입비도 아낄 수 있죠."
그러면서 야구의 매력은 다 갖추고 있다고 했다. "티에 놓인 공을 치지만 기술 없이는 제대로 때려낼 수 없어요. 정확하게 타구 하지 않으면 공은 엉뚱한 데로 날아갑니다. 조금만 각도가 삐뚤어지면 공은커녕 티를 맞혀버리기 일쑤죠."
알루미늄이나 나무로 된 배트가 아닌 고무 재질의 방망이로 물컹거리는 폴리우레탄 재질의 공을 제대로 때렸을 땐 반발력이 의외로 커진다. 이때는 공이 100m 이상을 날아가기도 한다.
한 달에 한두 차례 연합회 회원들이 모여 하는 시합은 한국시리즈 결승전을 방불케 할 만큼 열기로 가득 찬다.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는 쪽은 언제나 수비하는 팀이다. 수비수 간 호흡이 맞지 않으면 대량 실점하기 때문이다. 야구만큼이나 티볼도 팀워크가 중요하다. 재미를 얻고 열정을 쏟을 수 있지만 아쉽게도 아직은 대구에 정기적으로 시합하는 성인 팀이 없다. 아직 티볼은 보급단계이기 때문이다.
1997년 창립한 티볼협회는 학교체육을 대상으로 활발하게 티볼 보급에 나서고 있다. 생활체육 정착을 위해 티볼 용구, 규정집, 비디오 등을 제작하고 있으며 2008년부터 초등학교 5학년, 중학교 2학년 과정에 티볼이 정규 체육교과목으로 편성됐다.
대구에서는 어린이 500명과 어른 200명이 대구광역시티볼연합회에 가입, 활동하고 있다. 달서구는 생활체육회에 가입돼 있고 다른 구'군은 이를 추진 중이다. 대구시생활체육회의 인정단체인 대구협회도 많은 사람이 티볼을 즐길 수 있도록 정식단체 가입을 준비하고 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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