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에세이 산책] 히말라야에 부는 바람 -세 번째 이야기-

네팔 제2의 도시 포카라는 비에 잔뜩 젖어 있다. 많은 여행자들이 네팔 최고의 휴양도시로 포카라를 선택할 만큼 이 도시는 조용하고 아늑해 보인다. 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카투만두가 오히려 솔직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카투만두는 소음과 사람들로 북적대지만 네팔의 있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장난감 피리를 들고 여행객들을 부르는 카투만두의 풍경은 오히려 호숫가에 잘 꾸며진 레스토랑과 고급스러운 나이트클럽을 가진 포카라보다도 더 정겹다. 여행이란 것이 늘 편하고 깨끗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일상을 보고 싶어 하는 여행자에게 포카라는 맨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 화장을 한 여인의 모습에서 어머니나 누이의 모습을 떠올릴 수 없듯이 포카라가 그저 히말라야 트래킹을 위한 전진기지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는 것은 비딱한 여행자의 시선일지 모른다.

이른 아침 무스탕 트래킹을 위해 포카라 공항에서 좀솜으로 가는 경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스무 명 남짓한 승객을 태운 경비행기는 조종실을 가리는 문조차 없다. 티베트 전통 의상을 입은 여승무원이 나눠주는 귀마개용 솜과 사탕은 설산 사이로 날아가는 비행기가 만드는 낡은 의자의 삐걱거리는 불안감을 해소시켜 주진 못하지만 살짝 정겹기는 하다. 계곡 사이로 불어오는 모래 바람 속으로 실이 끊어진 연처럼 경비행기는 날고 있다. 손에 잡힐 듯한 설산 사이로 좀솜 공항이 작은 얼굴을 내민다. 간이역 같은 대합실에는 사람들이, 그 한 걸음 밖에는 개들이 누어 잠을 청하고 있는 중이다. 5년 전 좀솜 공항은 고통스러운 기억이었다. 오전에만 운행하는 비행기는 늘 표를 가진 낯선 이방인보다는 현지인을 먼저 태웠고 결국 이틀을 걷고 다시 버스를 타고서야 포카라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전히 좀솜은 안나푸르나의 시작이다. 포터들은 여행자들의 짐을 찾아 들고 가이드들은 체크 포인트에서 여행 허가서를 확인하느라 분주하다.

여행 허가증을 받아 든 군인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엄지를 치켜든다. 혼자 무스탕을 트래킹 하는 동양인에 대한 일종의 경외심이다. 그도 그럴 것이 무스탕은 한 때 은둔의 왕국으로 알려져 왔고 지금도 트래킹을 하기에는 만만치 않은 지역이다. 허가비가 하루에 50달러인데다가 숙소나 물이 제대로 없는 지역이기 때문에 그룹을 이루어 야영을 하면서 트래킹을 하는 것이 보통이다. 5년 전 안나푸르나를 종주하면서 얼핏 보았던 무스탕, 그 곳이 어떤 얼굴로 여행자를 맞을지 설렘이 앞선다. 이제 바람 속으로 걸어 들어가야 한다.

전태흥(㈜미래티엔씨 대표사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