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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재의 행복칼럼] 늙은 군인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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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군단 사령부에서 근무할 때 진료 잘하고 군인정신이 충만하다고 모범 장교로 뽑혀 별 셋인 군단장 표창장을 받았다. 그런 나도 입대할 때는 그렇게 군대 가기가 싫었다. 군의학교를 들어갈 때도 입소시간이 거의 다 돼 줄 맨 끝에 서서 최대한 천천히 걸어 들어갔고 머리도 가장 나중에 깎았다. 남들은 내가 다시 귀향하는가 의심할 정도였다. 그래놓고는 내 아들 둘을 육군 보병에 보낼 때마다 "사나이가 뭐 그 깐 일에"하면서 입대가 별것 아닌 것처럼 말하곤 했다. 지금 생각하면 부끄러운 일이다.

미국 조지아주 출신 존 버슨이란 사람의 이야기는 나를 더욱 부끄럽게 만든다. 존 버슨은 올해 76살인데 오래전 군 생활을 끝내고도 다시 군에 가겠다고 나섰으니 말이다. 이 사나이는 1985년에 20여 년의 군의관 생활을 마치고 제대를 한 사람이다.

미국에서는 62세 이상 군인들에게 팔굽혀 펴기 분당 16회, 윗몸일으키기 분당 26회, 3㎞ 20분 내 달리기 등을 요구한다고 한다. 늙은 군인은 이런 관문을 통과한 뒤 다시 101공수여단과 함께 90일간의 특수훈련까지 마쳤다는 것이다. 최고령 군의관이었던 2006년 메릴랜드주의 윌리엄 번하드 씨가 세웠던 최고령 기록인 75세를 깨게 됐다. 존 버슨은 2005년 이라크 근무시 수감된 사담 후세인의 건강검진을 담당했단다. 어느 날 후세인이 "당신 같은 경륜 있는 사람을 미군이 보내줘서 기쁘다"고 존 버슨에게 말했다고 한다. 이 늙은 군인은 이비인후과 전문의인데도 생각이나 진료하는 모습은 마치 정신과 의사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미국이 이러한데도 극동 어느 나라에서는 돈 있고 배경 좋은 사람들은 군대를 안 가는 게 당연하며 또 자랑처럼 생각하고 있다. 간혹 유명인 중에 군대에 가겠다고 하면 그가 마치 우주인이나 되는 것처럼 언론에 대서특필이 되는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노인 입대 제도가 있었으면 좋겠다. 나이로는 노인이라고는 하지만 아직도 심신은 젊어 넘치는 힘을 주체 못해 카바레나 공원에서 헌팅에 눈이 벌건 남자들이 흔하다. 높은 산에도 쉽게 올라가고 먼 외국여행도 피곤한 줄 모르고 돌아다니는 노인들이 많다. 수많은 제도와 규정을 선진국에서 배워오면서 왜 노인 입대 제도는 도입하지 않는 걸까? 오늘도 집안에 죽치고 앉아 주책없이 이 간섭 저 참견하다가 그들의 마나님과 자녀들에게 괄시받고 혼자 우는 남자 노인들이 얼마나 많은가! 나도 언젠가 그날을 위해 내일부터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그리고 달리기 연습을 해두어야 할까 보다.

권영재 미주병원 진료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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