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지키지 않을 동반성장, 약속은 왜 했나

대기업이 동반성장 약속을 잘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009년 2월 이후 지금까지 11차례에 걸쳐 116개 대기업에 대한 동반성장 협약 이행 평가를 실시한 결과 '양호' 이상 평가를 받은 기업은 66개사(56.9%)에 그쳤다. 대기업 10곳 중 4곳의 동반성장 협약이 공수표가 된 셈이다.

하도급 및 유통 분야 21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11차 조사 결과는 더 실망스럽다. 평가 대상 기업 중 15개가 '미흡' 등급을 받았다. 평가 대상의 71.4%가 낙제점을 받은 것이다. '양호' 이상 등급을 받은 기업은 '우수' 등급을 받은 LG이노텍을 포함해 6개에 불과했다. '최우수' 등급은 하나도 없었다. 미흡 등급을 받은 기업 가운데 3개사는 운영 자금, 금융기관 대출 지원 등 자금 지원이 전혀 없었으며 9개사는 원자재 값이 올라도 납품단가를 올려주지 않았다.

이런 사실은 대기업의 동반성장 협약이 진정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는 의심을 갖게 한다. 정부와 여론의 압력에 밀려 내키지 않는 약속을 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그런 낌새는 진작부터 있었다. 현대자동차는 동반성장 협약을 맺은 지 석 달도 안 돼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해 관철시켰다. 삼성전자, 삼성SDI, LG전자, LG디스플레이 등 IT 대기업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식이라면 보란 듯이 성대하게 치른 대기업의 동반 협약식은 국민을 기만한 것이나 진배없다. 이러니 재벌에 대한 국민의 반감은 더욱 고조될 수밖에 없다. 상생은 중소기업이나 협력업체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튼튼한 중소기업과 협력업체가 있어야 대기업도 좋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협력업체 쥐어짜기로 추락한 도요타 자동차는 좋은 반면교사(反面敎師)다. 대기업은 상생이 왜 필요한지 재인식하기를 바란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