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북받친 감정 그대로 시어로…눈부신 오후/서정은 지음

눈부신 오후/서정은 지음/ 그루 펴냄

서정은 시인이 두 번째 시집 '눈부신 오후'를 펴냈다. 서 시인은 지긋한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소년 같은 미소를 가진 사람이다. 그 나이에 앳된 미소라니? 늘 궁금했는데, 서 시인은 "5년 만에 두 번째 시집을 내면서 그동안 내 영혼이 얼마나 순수해졌을까, 원고를 뒤적이며 투명도를 재어보았다. 읽고 또 읽고 다시 읽으면서 살펴보았다"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시인은 맑게 살고 싶었던 것이다. 낯빛은 꾸며서 얻을 수 없다. 얼굴의 주인이 살아온 날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기록하고 드러내는 법이니 말이다.

'네 예쁜 눈망울/ 그 맑음이 나는 좋다/ 물안개 피는 새벽/ 세상을 여는/ 네 앙증맞은 눈꺼풀의 떨림 (중략) 네 눈망울/ 그 맑음 속을 헤적이며/ 한때/ 나를 잊고 너로만 사는/ 이것이 어쩜 사랑이겠느냐.' -꽃망울 마주하고-중에서.

'그리움은/ 사랑해버린 자의 몫/ 온 세상 울렁이는/ 봄 밤/ 눈물은/ 봄비 되어 흐르는데/ 누가 사랑해 달라 하였던가/ 허락 없이/ 홀로 가진 사랑이야/ 괴롭다 해도/ 사랑하는 자의 몫이다(하략)' -봄의 애가-중에서.

시를 두고 솔직하다고 말해도 될까. 서정은 시인은 일부러 빗대거나 꼬지 않는다. 북받쳐 오른 감정을 그저 시어의 율에 어울리게 자르고, 단속할 뿐이다. 까닭에 그의 시어는 생생하고, 순수하다.

'무슨 까닭에/ 이토록 그대는/ 한 평도 안되는/ 이 가슴에 살아 있는가/ 저리 내리는 푸른 비처럼/ 이 마음 흠뻑 눈물에 젖는 것은/ 잊어도 좋을 그대를 부여잡고/ 놓을 줄 모르는 내 탓이다(하략)' -오월의 비- 중에서.

서정은 시인은 키가 크다. 몸집도 크고 손도 크다. 투박해 보이는 이 몸에 이처럼 가냘프고 잊지 못할 '사랑'이 앉아 있을 줄을 누가 알았을까. 151쪽, 8천원.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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