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은퇴 장군의 꿈'

국방부가 '병영 생활 행동 강령'을 각 군에 하달했다. 최근 발생한 해병대 총기 난사 사건 이후 왜곡된 병영 문화 개선을 위한 조치다. 이 강령은 분대장 또는 조장 요원이 아닌 전 병사들은 명령·지시나 수명·복종 관계가 아님을 전제로 한다. 병사들 간 가혹 행위, 인격 모독, 집단 따돌림 등의 행위를 금지하며 위반 시 엄중 문책하고 형사처벌도 병행키로 했다.

국방부의 이런 조치는 처음이 아니다. 2005년 6월 최전방 초소(GP)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똑같은 병영 문화 개선 운동이 있었다. 당시에는 지금보다 더 강하게 법안까지 만들어져 국회에 제출됐다. '군인복무기본법(안)'의 핵심은 '병은 다른 병에게 어떠한 명령이나 지시 등을 할 수 없고, 간섭할 수 없다'는 조문. 선임병이 후임병을 괴롭히는 것을 막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병영 문화를 선진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던 이 법안은 현 정권으로 넘어오면서 국방부의 소극적 태도와 정치권의 무관심으로 17대 국회 만료와 함께 2008년 5월 자동폐기됐다.

국민들의 시선이 집중될 때는 요란하게 떠들다가 슬그머니 과거로 회귀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국방부의 이번 지침에 선뜻 신뢰가 가지 않는다. 법 조문이나 규정이 없어 병영의 전근대적인 문화가 사라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런 의미에서 정두근 예비역 중장이 지난해 말 제2작전사령부 부사령관 퇴임을 앞두고 펴냈던 '장군의 꿈-상호 존중과 배려'라는 책이 새삼 주목을 받는다. '상호 존중하는 언어 사용', '정감 어린 인사말 나누기'를 과제로 병영 문화를 추진하면 병영 생활 개선은 물론 선진국으로 가는 초석을 다질 수 있다는 것이 책의 요지.

그는 책을 내기 전 사단장, 육군훈련소장, 군단장으로 지휘관 생활을 하는 동안 상호 존중과 배려를 몸소 실천했다. 상하의 반대가 극심했지만 끝까지 밀어붙인 결과 그가 지휘하는 부대에선 자살이나 탈영, 구타 등의 사고가 사라지고 군 기강 및 전투력도 향상됐다고 했다. 전역 후 그는 '상호 존중과 배려'를 사회운동으로 전개하기 위해 최근 사단법인을 만들었다.

군대뿐만 아니라 사회에서도 상호 존중과 배려를 한다면 이 나라는 더 밝아질 것이다. 이는 군대 문화가 개선되는 선순환 구조로 연결된다. 은퇴한 장군의 꿈이 이뤄지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최정암 동부지역본부장 jeong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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