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칼럼] 대구육상대회 성공은 시민에게 달려

"그녀가 뛰니까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떴다"

대구출신 한 청와대 인턴직원이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홍보를 위해 휴가기간 전국을 돌면서 도약하는 사진이 페이스북 등 인터넷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녀의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성공기원 도약 프로젝트'라는 당찬 계획은 대구육상선수권대회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부족한 것 같다는 그녀의 소박한 걱정에서 비롯됐다. 본지를 비롯한 언론에서 관심을 갖고 보도하자 그녀는 "제 작은 아이디어가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성공에 도움이 되고 국민들의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대회가 끝날 때까지 계속 홍보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준비상황을 확인하고 홍보를 위해 주 경기장인 대구스타디움을 비롯한 대구시내 곳곳을 찾았다. 대구스타디움에서 문동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조직위 부위원장은 세계 최고수준의 음향시설과 LED 전광판, 몬도트랙을 깐 경기장을 자랑하면서 경기장 시설은 세계 최고라면서 '더 베스트!'라고 외쳤다. 전 세계 80억 명이 8월 27일부터 TV로 시청하게 될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준비는 완벽해 보였다.

#1. 동성로 택시

동성로 한일극장 앞에서 택시를 탔다. 행선지를 말하자 택시기사는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는다. 택시 내부는 무더위 탓에 후텁지근했다. 창을 올리고 에어컨을 켜줄 것을 부탁했지만 5분이 지나도록 기사는 말없이 운전만 한다. 다시 한 번 에어컨을 켜 달라고 하자 그제야 대꾸없이 에어컨을 틀었다. 차량 내부는 시원했지만 기사는 화난 듯한 표정으로 택시를 난폭하게 운전한다. 간선도로를 달리던 택시는 갑자기 골목길로 접어든다. 아마도 골목길이 더 빠른 길이어서 그쪽으로 들어섰겠지만 초행길의 외지인이라면 불안해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기사는 목적지 부근에 도착해서는 말없이 차를 세웠다. 내리라는 뜻으로 알고 미터기를 확인한 후 돈을 건넸다. 잘가라는 말도 없이 택시는 휑하니 떠났다.

#2. 북부정류장 시외버스

북부정류장에서 의성으로 가기 위해 시외버스를 탔다. 버스는 출발시각 5분 전에 플랫폼에 차를 댔다. 30여 분 앞서 일찌감치 가서 기다렸지만 버스가 언제 올 것이라는 말 대신 "곧 온다"는 말만 들었다. 버스기사는 화가 나 있는 듯했다. 승차하는 자신의 승객들에게 가벼운 인사 정도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였다. 햄버거를 들고 탄 한 젊은 여성은 '버스 안에서는 음식물을 먹어서는 안 된다'는 경고를 받았다. 버스기사는 음식물 냄새가 난다며 음식물이나 음료를 먹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3. 한 지역출신 국회의원의 택시 승차기

한 지역출신 국회의원이 특강을 위해 대구를 찾았다가 낭패를 당했다. 동대구역에서 행선지를 말하자 기사는 알겠다면서 목적지와는 다른 곳으로 가기 시작했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 대부분의 도시에서 운행하는 택시는 의무적으로 내비게이션을 부착하고 있는데 대구 택시는 그 흔한 내비게이션을 활용하지 않는 게 눈에 띄었다고 했다. 국회의원은 지금 가고 있는 곳이 맞느냐며 목적지를 다시 말했다. 그러자 기사는 "30년 이상 대구에서 운전을 해서 눈을 감고도 훤한데 가만히 있으세요"라며 짜증을 냈다. 기사는 결국 목적지가 아닌 엉뚱한 곳으로 갔고 특강시간은 30분이 지났다.

이런 사례는 아주 오래전의 일이 아니라 지난주 직접 겪은 일이다.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눈앞에 두고 있지 않더라도 대구의 대중교통상황과 대구시민들의 상황은 정말로 심각하다. 전국 꼴찌 수준의 1인당 GRDP를 벌면서 생활고에 시달리는 대중교통종사자들과 대구시민들에게 억지로 웃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대구시나 중앙정부가 그들에게 미소를 강요할 수는 없다.

그러나 앞으로 몇십 년 동안 세계 3대 스포츠 제전의 하나인 세계육상선수권대회보다 큰 세계적인 행사를 대구에서는 치를 일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이번 대회는 '대구'라는 브랜드를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대회를 성공적으로 유치하고 경기장을 훌륭하게 건설해서 경기를 잘 치러내는 것은 어느 나라, 어느 도시나 할 수 있다. 내가 겪은 택시기사는 정말 특별한 경험일 수 있다.

대구는 이번 대회를 통해 '고담대구'가 되느냐 '세계적인 대구'가 되느냐의 시험대에 서 있다.

대구에서 살지도 않는 '청와대 점프녀'의 마음처럼 이제부터라도 시민 모두가 대구육상대회의 성공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할 것 같다. 화난 얼굴로 손님을 맞을 수는 없지 않은가.

서명수(서울정경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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