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생계형 채무자의 부채를 감면해 주겠다고 한 서울보증보험에 대해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당국과 사전 협의 없이 부채 감면 조치를 발표해 불필요한 오해와 우려를 낳았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서울보증보험은 지난 21일 10년 이상 연체한 19만여 명의 생계형 채무자의 연체 이자를 전액 면제하고 대출 원금의 50%를 감면해 주겠다고 발표했었다.
서울보증보험의 발표는 두 가지 측면에서 매우 부적절하다. 우선 성실하게 빚을 꾸준히 갚아온 사람들만 바보를 만드는 꼴이라는 점이다. 또 빚을 갚지 않으면 결국은 탕감받는다는 잘못된 선례를 남겨 갚을 능력이 있는 사람까지 채무 상환을 거부하는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10년 동안 빚을 갚지 않을 경우 연체 이자는 물론 원금까지 감면받는다면 누가 빚을 갚겠는가.
둘째 금융 질서의 교란이다. 서울보증보험이 빚을 탕감해 줄 경우 다른 금융기관도 빚을 감면하라는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올 수 있다. 또 채무자에게 정부가 채무 탕감 카드를 꺼내고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현재 801조 원에 달하는 가계 부채 문제의 해결은 더욱 꼬일 수밖에 없다.
물론 서울보증보험이 빚을 탕감해 주려는 채무자들은 사정이 매우 딱한 사람들이다. 생업을 위해 보증서를 받아 승합차와 화물차를 구입했거나 가계 자금 마련을 위해 3천300만 원 이하 소액 대출을 받은 경우다. 이들이 정상적인 사회활동을 할 수 있도록 빚을 감면해 주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부채 탕감은 함부로 쓸 수 있는 카드가 아니다. 대상과 조건 등에 대한 엄격한 심사를 거쳐 금융기관 간 일관된 원칙이 마련된 뒤에 그것도 국민의 동의를 받아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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