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임용시험 준비생 최모(26) 씨는 최근 체중이 늘고 피로감이 증가해 내과를 찾아갔다. 당뇨병으로 치료 중인 어머니의 증상과 비슷해 정밀 검진을 받기 위해서였다. 그녀는 키 155㎝, 체중 69㎏, 체질량지수 28㎏/㎡, 혈압 150/95㎜Hg 상태였다. 혈액 검사에서는 공복 혈당 120㎎/㎗, 총콜레스테롤 219㎎/㎗, 중성지방 375㎎/㎗, 고밀도콜레스테롤 31㎎/㎗ 등의 결과가 나왔다. 젊은 미혼 여성의 건강 상태라 하기에는 의아한 점이 많다. 하지만 이런 경우가 드문 일이 아니다.
◆잘못된 생활습관이 원인
초고속 경제성장을 이룬 대한민국. 이는 세계 최고의 교육열과 치열한 경쟁을 통해 이루어졌다. 급속한 경제성장 이면에는 그늘이 있다. 우리는 성장의 대가로 정신적 및 시간적 여유를 잃은 것은 물론 운동의 기회를 빼앗겼다. 사회환경 및 생활양식의 급격한 변화는 심한 스트레스, 우울증 등을 부를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결국 에너지 원료인 당분이 간'근육'신경세포로 이동해 에너지가 발생하도록 돕는 호르몬인 '인슐린' 기능의 이상을 초래한다. 이를 '대사증후군'(metabolic syndrome)이라고 한다. 대사증후군은 성인병의 발병과 진행에 있어서 뿌리와 같은 역할을 하는 여러 대사성 위험 인자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들이다. 예전에는 'X증후군'이라고 했다.
과학자들은 1990년대 비만과 당뇨병'고혈압'동맥경화증'뇌졸중'심장병 등이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을 역학조사를 통해 알게 됐지만, 이유를 몰랐다는 의미에서 'X증후군'이란 이름이 붙었다. 대사증후군은 유전이나 나쁜 생활습관으로 인해 여러 대사장애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으로 정확한 발생기전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인슐린 저항성이 주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인슐린 저항성 증후군'(insulin resistance syndrome)이라고도 불리며, WHO(세계보건기구)는 1998년 이를 대사증후군이라고 정의했다.
대사증후군을 방치하면 당뇨병'고혈압'고지혈증'비만과 같은 성인병을 유발한다. 많은 사람들은 성인병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성인병 진단을 받아도 '약만 먹으면 괜찮다' '운동하면 좋아진다' 등의 인식을 갖는 경우이다. 하지만 이 병은 제대로 관리되지 않을 경우 심장혈관, 뇌혈관의 기능을 악화시켜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간다. 암으로 인한 경우보다 사망률이 높은 것이 현실이다. 국제보건기구나 미국국립콜레스테롤교육위원회의 연구보고에 따르면 대사증후군은 계속 진행되면, 성인병의 발병률이 정상인보다 높고 관상동맥질환인 심장 발작이나, 뇌동맥질환인 뇌졸중으로 진행될 위험이 높다고 강조했다.
◆대사장애 조기진단 필요
사회적인 측면에서도 성인병 증가는 의료비 증가 등 경제적 손실로 이어진다. 성인병으로 인한 개인과 국가차원의 건강'경제적 피해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성인병과 그 합병증인 심장 및 뇌혈관 장애 등의 근원인 대사장애를 조기 진단하는 것이 최선이다. 대사장애를 조기 진단해 치료하는 것은 성인병의 원인을 치료한다는 것과 같고, 성인병의 최종 산물인 동맥경화증을 예방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여러 나라에서 진단 기준으로 흔히 사용 중인 임상 지침은 몇 가지 종류가 있으나 내용은 비슷하다. 여기서는 미국국립콜레스테롤교육위원회가 제안한 가이드라인을 소개한다. 다음 위험인자 5가지 중 3가지 이상을 가지고 있을 때는 대사증후군으로 진단된다.
▷고중성지방혈증=중성지방 150㎎/㎗ 이상 ▷저 고밀도콜레스테롤=고밀도콜레스테롤 남자 40(여자 50)㎎/㎗ 이하 ▷공복혈당장애=공복혈당 100㎎/㎗ 이상 ▷혈압상승=수축기혈압 130㎜Hg 이상 또는 이완기혈압 85㎜Hg 이상 ▷복부비만=체질량지수 28.8(한국인 25)㎏/㎡ 이상. 복부비만의 경우 허리둘레를 이용해도 된다. 남자는 102㎝(한국인 90) 이상 , 여자는 88㎝(한국인 80) 이상이면 복부비만에 해당된다.
소개한 진단 지침에 따르면 한국인의 대사증후군 유병률은 성인 가운데 35% 정도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중 상당수는 자신의 건강에 이상이 생긴 줄 모르고 생활하고 있다. 심지어는 합병증이 발생한 뒤에야 병원을 찾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도움말'이상준 푸른미래내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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