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 미군기지 캠프 캐럴 내 지하수 관정 22곳 중 17곳에서 발암 의심 물질인 트리클로로에틸렌(TCE)이 검출됐다. 먹는 물 기준치를 넘은 곳은 12곳이다. 또 다른 발암 의심 물질인 테트라클로로에틸렌(PCE)은 19곳에서 검출됐으며, 그 중 한 곳은 기준치의 50배가 넘었다.
하지만 한'미 합동 조사단의 발표는 드러난 것과 달랐다. 한국 측 조사단장은 이들 물질이 고엽제와는 관련이 없다고 발표했다. 미국 측은 이러한 물질이 검출된 것에 대해서는 한미 주둔군 지위협정(SOFA) 환경분과위원회에서 다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 말을 풀이하면 고엽제 성분인 TCE가 검출됐지만 고엽제와는 무관하다, 이들 물질이 검출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다른 환경오염 가능성은 이번 조사단의 소관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결과는 매우 실망스럽다. 조사를 제대로 한 것인지도 의심스럽지만, 내용을 믿는다면 고엽제 매립 의혹을 피하려고 오히려 다른 의혹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TCE와 PCE는 자연 상태의 물질이 아니다. 고엽제와 관계없이 이런 물질이 광범하게 검출됐다면 어떤 형태로든 이 성분을 포함한 화학물질을 많이 사용했다는 뜻이다. 국내 다른 미군 기지의 환경오염도 조사해야 한다는 또 다른 숙제를 남긴 셈이다.
조사단은 앞으로도 캠프 캐럴 내 의심 지역에 대해서도 계속 조사한다. 그러나 이런 식이라면 드럼통 등 고엽제가 묻힌 명백한 증거가 나오지 않으면 어떤 성분이 검출돼도 고엽제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할 것이다. 의혹은 숨기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더욱 커진다. 고엽제 매립 의혹을 눈가림식으로 넘긴다면 이 문제가 캠프 캐럴이 아닌, 국내 미군 기지 전체에 대한 환경오염 조사로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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