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연극 맛있게 먹기] 연극은 함께 즐기는 것…공연 예절 지켜야

연극은 혼자 보는 것보다는 누군가와 함께 볼 때 더 즐겁다. 그렇다고 해서 애인 없는 사람들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친구도 괜찮고 가족도 괜찮으니까.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좋다.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으면 조금 서글퍼진다고들 하듯이 연극도 혼자 보면 그 재미가 떨어질 수 있으니 누군가와 함께하라는 것이다. 서먹했던 사이라도 함께 연극을 보면 분명히 가까워진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이미 가까운 사이라면 아직도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거리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흥분할 수도 있다. 어쨌든 연극은 함께해야 더 맛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혼자 극장을 찾는 사람이 우울할 이유도 없다. 혼자서 당당히 극장을 찾아가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연극 마니아임을 누구나 잘 알고 있으니까. 오히려 우울해야 할 사람은 따로 있다. 이제 그 사람을 잠깐 소개할까 한다.

여러분도 그 사람을 만난 적이 있을 것이다. 어느 누구라도 그 관객을 만난 적이 있다는 얘기다. 누군가와 함께 극장을 찾았지만 극장 안에서는 외롭고 우울한 그 관객을…. 함께 온 일행이 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전원을 끄지 않은 휴대전화에 목숨을 걸듯 집착하며 붙들고 있는 그 사람, 몸은 객석에 앉아 있지만 영혼은 딴 곳에 가 있는 사람처럼 무뚝뚝한 표정으로 일관하는 그 사람, 연극을 먹는 게 아니라 음식물을 먹는 그 사람, 다른 사람들과 자신은 전혀 관계가 없다는 듯이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있는 바로 그 사람. 그 사람이야말로 정말 외로운 사람이다. 혹시 여러분은 그 사람, 바로 그 관객을 알고 있지 않은가?

누구나 본 적이 있는 외롭고 우울한 그 사람을 위해 공연장에서 준비한 게 있다. 생애 처음으로 공연장을 찾은 관객을 위해 공연 전에 안내방송을 하거나 공연관계자가 직접 무대에 나와 친절하게 공연예절을 설명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롭고 우울한 그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연극을 자주 보는 사람이라면 이제는 지겨울 법도 한 '핸드폰은 전원을 꺼주세요' 등의 그 식상한 안내방송을 또 들어야만 한다. 연극을 본 적이 없다고 해도 이제는 기본적인 예절로 모두 알고 있을 거라고 예상하지만 언제나 그 예상은 빗나가고 만다. 그 사람은 연극 관람과 영화 관람의 차이를 아직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몇 번을 강조해도 전혀 부족하지 않을 연극과 영화의 차이, 눈앞에서 살아있는 배우가 직접 연기를 펼치는 현장성과 언제나 똑같이 반복되는 복사본의 그 선명한 차이를 알아야만 연극이 더 맛있어진다. 누구라도 익히 알고 있듯이 영화는 관객이 팝콘을 먹고 콜라를 마시고 전화통화를 해도 화면에 나오는 배우의 연기가 변하거나 작품의 내용이 바뀌지는 않는다. 하지만 연극의 경우는 다르다. 소극장의 경우라면 휴대전화의 작은 진동소리조차도 무대 위에서 연기하던 배우의 집중력을 흐트러지게 할 수 있다. 결국 그 사람 하나 때문에 배우들의 연기가 망가지고 그로 인해 한 장면이 망가지고 심지어 작품 전체가 망가지는 경우까지도 존재한다. 그런 경우라면 힘들게 준비한 공연이 망가지는 것을 떠나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 그 시간에 맞춰 극장을 찾은 모든 관객의 소중한 시간과 기분, 돈마저 날려버린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소중한 자신의 시간을….

연극은 언제나 누군가와 함께 보는 것이다. 혼자 극장을 찾아가는 연극 마니아도 결국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낯선 사람들과 객석에 앉아 함께 작품을 보게 된다. 객석에 앉는 순간 모르는 사람들과도 일행이 되어 무대 위의 배우를 보며 함께 울고 웃으며 즐기는 것이다. 그래서 연극은 모두가 함께 먹는 음식과도 같다. 그런데 누군가 그 음식에 마음대로 재를 뿌린다면 어떻게 될까. 그만큼 황당한 일이 또 있을까. 그래서 공연예절에 관한 그 식상한 안내방송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제는 타인이 아니라 자신의 소중한 시간과 연극이라는 음식을 제대로 맛보기 위해서라도 최소한의 규칙은 지켜야 한다. 연극은 막이 내리기 전까지는 아직 완성된 음식이 아니다. 그리고 관객은 그 음식을 먹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함께 만들어가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래서 같은 작품이라도 매 회 다른 관객의 반응에 따라서 그 맛도 달라진다. 여러분은 과연 어떤 맛을 만들고 싶은가?

안희철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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