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교영의 의료백과] 맹장수술 등 7개 질환 포괄수가제 확대

이르면 내년부터 맹장수술, 제왕절개 등 7개 질병군과 관련된 질환에 대해 진찰'검사'수술'투약'입원비용을 한꺼번에 받는 포괄수가제(包括酬價制'diagnosis related group)가 단계적으로 도입될 예정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의사의 진료행위 하나하나에 비용을 지불하는 행위별수가제(fee for service)가 적용되고 있다. 진료행위가 늘수록 비용이 늘어나는 행위별수가제는 과잉진료 가능성이 커 의료비 증가요인이란 지적을 받아왔다.

보건복지부는 정부 자문기구인 보건의료미래위원회가 제5차 회의를 열고 '건강보험 지불제도 개편 방향'을 의결했다고 이달 3일 밝혔다. 발표에 따르면 2002년부터 시험 적용되고 있는 7개 질병군 포괄수가제가 2015년까지 모든 병원으로 확대 실시된다. 이들 7개 질병군은 백내장(수정체)'편도샘'맹장'탈장'항문(치질)'자궁'제왕절개 분만수술 등 비교적 빈도가 높은 수술이다.

복지부는 내년에는 7개 질병군 입원환자에 한해 모든 동네 의원과 병원급 의료기관에 포괄수가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2013년는 이 제도를 종합병원(100개 병상 이상)과 대학병원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현재는 전체 의료기관의 약 70%가 자율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또 현재 일산병원과 3개 지역의료원에서 시범사업 중인 '신(新)포괄수가제'도 단계별로 확대된다. 신포괄수가제는 포괄수가제를 기본으로 하되 고가의 진료 등 일부에 대해서만 행위별 수가제를 보충하는 제도다.

복지부는 포괄수가제가 도입되면 의료기관의 불필요한 진료가 줄고 치료 재료 등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보험 진료비 가운데 일부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환자 본인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7개 질병군 포괄수가제를 도입 중인 일산병원은 지난해 환자 본인 부담률이 기존 행위별 수가제 적용 때보다 15.7%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

하지만 병원 단체들은 포괄수가제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포괄수가제를 일률적으로 강제 적용하면 의료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문서 작업에 인력과 비용도 많이 든다고 한다.

건강보험 진료비 지불방식에는 행위별수가제'포괄수가제'봉급제'인두제'일당진료비지불방식'예산제'총액계약제 등이 있다. 이들 방식은 저마다 장단점들을 갖고 있다. 국가마다 의료제도가 상이하듯 진료비 지불방식도 다르다. 최근 정부 안팎에서는 보건의료 재원의 효율성을 높이고 의료비 증가를 억제하기 위한 방안으로 포괄수가제와 함께 '예산 상한' 또는 '예산목표'를 설정하는 방식의 총액계약제 도입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훌륭한 의료제도는 의료서비스의 질과 효율성에 달려 있다. 두 가지 요소 중 어느 한쪽을 소홀히 할 경우 국민의 건강권은 담보될 수 없을 것이다.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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