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시장 닭똥집 골목은 두 가지 색깔로 나뉜다. 1980년대 원조집이 모인 광장형 골목에는 지난 향수를 먹으러 오는 기성세대들로 북적이며 새로 생긴 식당에는 신세대들의 젊음이 용솟음친다. 닭똥집의 옛 맛을 보려면 원조집이 모인 골목으로, 젊은 분위기를 즐기려면 새로 형성된 식당가로 가면 된다.
◆전국서 손님 발길 이어져
닭똥집은 닭 부위 중 가장 영양가가 높다. 단백질, 철분, 비타민의 보고이며 지방은 거의 없다. 피부노화 방지에 좋은 콜라겐이 풍부해 여성에게 특히 인기다.
또한 평화시장 닭똥집 골목은 위생적이다. 얼마 전 MBC의 '불만제로' 프로그램에서 비위생적인 세제를 사용해 닭똥집을 세척한다고 고발했다. 하지만 그 방송에서도 대구 평화시장 닭똥집 '골목은 흐르는 물로 닭똥집을 씻어 모범케이스로 방영했다.
이런 명성 때문인지 대구 시민뿐 아니라 인근의 부산, 포항은 물론 서울 등 전국 각지에서 이곳을 찾는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색 있는 닭똥집식당 몇 곳을 소개한다.
▶꼬꼬하우스(053-956-7851)
배은혜(76)'김옥년(76'여) 씨 부부와 며느리 노상정(44) 씨가 30년째 운영하고 있는 닭똥집 원조식당이다. 이곳에서 내놓는 양념똥집은 지난 연륜만큼이나 맵싸하면서 입안 가득 여운이 남는다. 과거에는 달착지근하게 만들었으나 최근 중독성 있고 입맛을 돋우는 매운맛으로 손님을 끌고 있다. 이 집은 직접 농사 지은 고추와 마늘 등 국산재료를 사용하며 물엿도 손수 만들어 깨끗하고 쫀득쫀득하게 똥집을 튀겨낸다. 특히 식당 안에 줄기를 내며 떡하니 자리 잡은 25년 수령의 고무나무가 눈길을 끈다. 이 고무나무는 닭똥집과 함께 희로애락을 같이한 역사의 산증인이다. 주인 김옥년 씨는 "대학생 때 찾아온 40대 중반 이상의 단골들이 옛날 닭똥집 맛을 잊지 못해 많이 찾아온다"며 "과거 용돈이 부족했던 대학생들이 학생증이나 시계 등을 담보로 먹은 일, 먹고 도망친 일 등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다"고 털어놨다.
▶포항치킨(053-952-2240)
"뭐 특별한 게 있나. 감으로 만드는 거지." 25년 동안 닭똥집을 튀긴 이명순(76) 씨의 손맛을 느낄 수 있다. 며느리 김숙경(42) 씨와 고부간에 알콩달콩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이 집은 간장마늘 똥집이 특색 있다. 손님이 주문하는 양만큼 간장'마늘'물엿 등으로 즉석에서 소스를 만든다. 특히 간장은 바로 끓여내기 때문에 살아있는 똥집 맛을 느낄 수 있다. 볶아 내놓는 마늘똥집, 누드똥집을 찾는 단골도 많다.
▶대구통닭(053-941-9871)
이 집은 푸짐한 양으로 승부한다. 닭똥집을 먹고 난 뒤 디저트로 내놓는 복숭아 통조림(6천원)이 인기다. 또한 닭발볶음(한접시 1만원)은 맵고 얼큰해 술안주로 제격이다. 양파, 당근, 청양고추, 버섯 등 각종 신선 야채를 듬뿍 넣고 만들어 손님의 입맛을 돋우고 있다.
▶아가씨와 건달들(053-955-5044)
식당 밖 벽에 그려진 주인아저씨의 익살맞은 캐리커처가 재미있다. 주인 김은희(45) 씨는 이곳 닭똥집식당의 인테리어를 신세대풍으로 바꾼 주인공이다. 경북대 철학과를 졸업한 김 씨는 1990년대 들면서 젊은 층이 늘고 있다는 데 착안해 신세대를 위한 닭똥집으로 변모시켰다. 이 집은 모둠(튀김'양념'간장'탕수)똥집이 인기다. 4가지 똥집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으며 가격 또한 1만5천원으로 저렴하다.
▶평강공주와 온달장군(053-959-7986)
주인 강동원(47) 씨는 깨끗한 식용유로 직접 똥집을 튀기는 것을 고집한다. 한때 치킨회사에 다닌 것이 지금 가게를 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신선한 재료를 엄선해 직접 조리하며 맛으로 승부한다. 이곳에서는 막내 격이나 차츰 단골도 생겨나고 있다.
◆맛있게 먹는 법
튀김'양념'간장똥집이 대표 메뉴이다. 세 가지 모두 바삭한 고구마튀김과 같이 나온다. 대(大)자 1만원, 소(小)자 7천원. '튀김 반 양념 반' '양념 반 간장 반' 등 취향에 맞게 주문할 수 있다. 세 가지를 한 번에 맛볼 수 있는 모둠똥집은 1만3천원이다. 고소한 튀김똥집을 먼저 먹고 소스 맛이 강한 양념'간장똥집을 즐기는 것이 좋다.
전수영기자 poi2@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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