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벽화마을] 동피랑 마을

"기림을 베르빡에 온통 기리노이 볼 끼 쌔빗네~"

'기림을 온 베르빡에 기리노이 볼 끼 쌔빗네.' 경남 통영시 강구안 언덕배기에 있는 '동피랑 벽화마을'을 오르는 길가에 새겨놓은 경상도 사투리가 눈길을 끈다.

동피랑마을은 주택가 전체가 통영을 상징하는 알록달록한 아름다운 벽화로 색칠해져 있다.

동피랑 언덕에서 내려다보이는 통영 앞바다는 '한국의 나폴리'다. 무명 화가들의 작품인 동피랑 언덕은 '한국의 몽마르트 언덕'이다.

◆최초의 벽화마을-'동피랑'

'동피랑'이라는 말은 '동쪽 끝에 있는 높은 벼랑'이라는 뜻의 토박이말이다. 통영시 중심가에서 강구안 언덕배기 오르막길을 오르면 동피랑을 만난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날 수 있는 좁은 골목길을 따라가면 마을 전체가 형형색색으로 채색되어 아기자기하다. 마치 동화 속 마을 같다. 동피랑 언덕 끝에서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통영 앞바다는 마치 한 폭의 그림 같다.

◆동피랑의 역사

통영 중앙시장 뒤쪽 산비탈 작은마을 동피랑은 통영항구 서민들의 오랜 삶터다. 5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전형적인 어촌마을이다. 동피랑에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 만한 특별한 관광자원이 없다. 하지만 요즘은 전국에서 수많은 관광객이 방문한다. 동피랑에 들어서면 담벼락마다 그려진 형형색색의 벽화가 아기자기한 매력을 발산하며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동피랑 마을은 지난 2007년 재개발 대상이었다. 하지만, '푸른 통영 21'이라는 시민단체가 '동피랑 색칠하기' 전국벽화공모전을 열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전국에서 미술학도들이 찾아와 골목 곳곳에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 넣었다. 철거대상이었던 달동네가 바다를 품은 멋진 벽화마을로 새로 태어났다. 벽화를 보려는 사람들이 전국에서 찾아오기 시작했다.

문화수준이 높은 통영 시민은 "동피랑 마을을 철거하기보다는 지역의 역사와 서민들의 삶이 녹아 있는 독특한 골목문화로 재조명해보자"고 의견을 모았다. 2007년 7월, 사업명은 '도시재생의 색다른 시선, 통영의 망루 동피랑의 재발견'이었다. 공공미술을 통한 통영의 명물로 재구성하기로 추진했다. 주제는 '동피랑 블루스'. 서민의 삶과 애환, 자유로운 희망을 춤의 선율로 표현했다. 1차 벽보 전에 19개 팀이 참여했다. 2차 때는 42개 팀으로 늘어났다. 마침내 통영시는 마을 철거방침을 바꿨다. 벽화가 마을을 살려낸 것이다.

◆동피랑을 배우자!

'동피랑을 벤치마킹하라'는 대통령의 지시로 통영 동피랑 벽화마을은 전국적인 유명지가 됐다. 골목 골목마다 한 뼘이라도 있는 공간마다 빼곡히 채워진 재미있는 그림들은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부르고 있다. 삼복더위에도 동피랑을 찾아온 임병하(53·용인시 수지구) 씨 가족은 "전국 최초의 벽화마을로 소문난 동피랑 마을을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큰딸 주현(23·서강대 4년) 씨는 "동피랑의 아기자기함과 이곳에서 내려다보이는 멋진 통영항을 보고 있으니 정말 매력적인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벽화가 있는 마을

벽화를 그린다는 소문이 나면 전국에서 자원봉사자가 참가한다. 이들은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사랑을 벽에 전달한다. 이제 벽화는 우리나라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처음엔 시큰둥했던 동네 어르신도 벽화를 그리는 자원봉사자가 되고 있다. 유치원 어린이들도 선생님과 함께 벽화 그리기에 동참한다. 경주 양남면 읍천리 읍천항 벽화마을, 대구시 삼덕동 벽화골목을 비롯해 군포시 납덕골, 강원도 동해시 묵호동 등대 오름길, 부산시 남구 문현동 안골목, 경기도 안성시 금광면 복거마을, 천안시 동남구 북면 양곡리 마을, 청주 수암골 등 벽화마을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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