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행복을 찾아서] 34.타인을 위한 마음 5

사소하고 작은 것서부터 계산하지 말고 행동하라

소를
소를 '소고기'와 동일시하는 요즘 아이들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합니다. 소는 그저 가축이 아니었습니다. 친구이자 가족이고, 가끔 속내를 털어놓는 상담자이기도 했습니다. 풀을 뜯는 소 곁에 누워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건네기도 했고, 소죽을 끓일 때면 마치 제 식구 밥 짓듯 온갖 정성을 쏟았습니다. 왕방울만한 눈을 굴리며 '음메~'하고 말이라도 건네면 어줍잖게 '음메~'하며 따라하기도 했습니다. 영화 '워낭소리'를 보며 눈물 흘리는 부모 세대를 아이들은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행여 들킬새라 슬며시 눈가를 훔쳤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소처럼 슬픈 눈을 가진 동물도 없는 듯 합니다. 사진=강부만(제31회 매일 전국어린이사진공모전 가작) 글=김수용기자
행복은
행복은 '부대찌개'다. 주말 아침이면 아이가 아침밥을 빨리 먹자고 난리법석을 떤다. 매일 먹는 아침밥이지만 주말에는 우리집 만의 특별한 음식이 있기 때문이다. 흔히 부대찌개라 불리는 우리집 만의 잡탕찌개. 콩이랑 햄과 김치, 된장과 라면을 넣고 오랜 시간 푹 끓이면 김치와 콩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도 뒤섞여 있는 면과 햄을 먹기 위해 몽땅 먹게 되는 부대찌개. 아이는 밖에서 사 먹는 음식보다 아빠가 만든 부대찌개를 더 좋아한다. 글/일러스트 = 고민석 komindol@msnet.co.kr

누군가를 도우면 행복해질까? 앞서 4주간 살펴본 여러 연구결과를 놓고 볼 때 '그렇다'는 대답이 나온다. 오로지 경쟁에서 이기도록 부추기는 현대사회에서도 남을 배려하는 '이타심'이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것은 흥미로운 결과다.

하지만 이타심을 발휘하기는 쉽지않다. 십시일반 돕자며 전화번호나 은행 계좌번호가 나오는데도 실제 푼돈이나마 보내는 사람은 드물다. 주부 서지은(38) 씨는 "결국 변명이겠지만 푼돈을 보내봐야 도움이 안 될 거라는 마음이 있다"며 "세금도 많이 내는데 도대체 나라에선 뭘 하길래 이런 일이 생기는지 화가 나 돈 보내기를 주저할 때도 있다"고 했다. 대학생 박기호(23) 씨는 "왠지 마음이 편치 않아 그런 기사나 프로그램을 외면한다"며 "아무래도 이기적인 마음이 있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아픈 배우자 돕는 사람이 더 오래 살아

그렇다면 이런 소식을 들으면 어떨까? 환자를 오래 돌보면 건강에 해롭다는 통념을 깨고 병 수발을 든 배우자가 오히려 장수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008년 11월 미국 미시건대 연구진이 70세 이상의 부부 1천688쌍을 7년간 관찰한 결과를 내놨다.

연구팀은 부부가 아픈 배우자를 돕는 데 얼마나 시간을 할애하는 지 일지를 쓰게 했다. 식사, 옷 입기, 씻기, 돈 관리, 약 복용 등이 포함된다. 일주일에 14시간 이상 배우자를 돕는 경우는 10%에 그쳤고, 무려 81%는 아무 도움을 주지 않았다.

조사 기간인 1993년부터 2000년까지 7년간 조사 대상자 중 909명(27%)가 숨졌다. 그런데 주 14시간 이상 배우자를 돌본 그룹의 사망률이 가장 낮았다. 건강, 나이, 인종, 성별, 교육, 직업, 재산 등을 고려해도 의미있는 통계 결과였다.

비슷한 건강과 연령대라도 상대적 수명 차이는 확실했다. 연구팀의 스테파니 브라운 박사는 "아픈 배우자를 도우며 이타심과 긍정심이 생기고, 숨졌을 때의 스트레스를 이겨낼 힘을 미리 갖게 되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앞서 브라운 박사는 친구, 친척, 이웃을 돕는 사람들의 사망률이 더 낮고, 배우자를 잃었을 때에도 더 잘 대처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따뜻함 속에 전해지는 이타심

조금 엉뚱한 얘기이지만 남을 돕고 배려하는 마음을 '따뜻하다'고, 그렇지 않은 경우를 '차갑다'며 온도에 비유하는 표현이 근거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2008년 10월 미국 콜로라도대 경영학과 로렌스 윌리엄스 박사와 예일대 심리학과 존 바그 박사는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남녀 학생 41명에게 다른 설명없이 커피컵을 잠깐 들어달라고 부탁했다.

커피는 따뜻한 것과 냉커피 두 가지. 커피를 들어준 학생에게 "커피를 들어달라고 부탁한 사람에게서 어떤 인상을 받았느냐?"고 물었더니 냉커피보다 따뜻한 커피를 맡긴 사람에게서 "더 너그럽고 친절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답했다.

아무 이유없이 잠시 맡겨진 컵의 온도로 사람 인상까지 달라진다는 것은 흥미롭다. 만약 이성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다면 이런 방법을 써도 괜찮지 않을까? 다만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에도 이런 방법이 통할 지는 알 수 없다.

연구진은 다른 실험도 했다. 학생 53명에게 '제품 테스트'라며 손등에 치료용 패드를 붙여줬다. 따뜻한 패드와 차가운 패드 두 가지였다. 그런 뒤 테스트 참가 선물이라며 아이스크림 쿠폰이나 음료 교환권 등을 나눠주며 본인이 가지거나 친구에게 줘도 된다고 했다. 패드의 온도 차이 하나로 이기심과 이타심이 나뉘었다. 따뜻한 패드를 붙인 학생은 자기보다 친구에게 쿠폰을 더 많이 선물했고, 반대로 차가운 패드를 붙인 학생은 친구에게 주기보다 자기가 더 많이 상품을 가져갔다.

앞서 실험은 온도 차에 따른 이타심의 차이를 설명한다. 하지만 오히려 아주 사소한 계기로 이타심이 발휘됨을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라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유전적 또는 관습적 차이, 호르몬, 개인적 경험 등 수많은 이유로 이타심을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이타심은 설명의 대상이 아니라 느낌의 대상이라는 편이 옳다. 자신을 믿고, 자신이 하는 행동이 옳다고 믿으면, 즉 잠시라도 '저 사람을 도와야겠다'는 마음이 든다면 그대로 행동하면 된다. 계산하지 말고 행동하면 행복해지리라.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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