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마지막 군마/김일광 지음/내인생의 책 펴냄
구한말의 어느 날, 평생 장기마를 키우는 데 바친 울포 노인과 원 서방, 원 서방의 아들 재복이에게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전해진다. 목장을 폐쇄하고 기르던 말들은 일본군이 모두 징발해간다는 것. 불행인지 다행인지 난산으로 고생하는 어미말 학달비와 새끼 태양이만은 징발을 면한다. 대신 말 다루는 솜씨가 출중한 원 서방은 말몰이 앞장으로 일본군을 따라가게 된다. 곧 돌아온다던 원 서방은 소식이 없고, 혼자 남은 재복이만 학달비와 태양이를 키우며 아버지를 기다린다. 일본인들이 점차 세력을 뻗치게 되고 일본인 도가와는 감시소장을 대신해 조선인들의 땅과 재산을 무자비하게 빼앗고, 감시소장 다이스케는 이들을 회유하고 감시한다.
이 책은 조선시대 최대 국영 목장이었던 영일 장기목장과 그곳에서 나고 자란 조선 최고 군마 장기마에 관한 이야기다. 영일 장기목장은 고려 이전부터 혈통 좋은 군마들이 자란 역사 깊은 목장이었지만 일제 시대를 거치면서 모두에게 잊힌 장기 목장 이야기를 작가는 섬세하게 그려낸다. 1905년 우리 군대가 해산되면서 장기목장이 사라졌으며, 군마 300필도 일본 군대에 끌려갔다. 일본의 강압으로 1908년 세워진 호미곶 등대와 일본인 등대장의 죽음도 기억해야 한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우리나라가 일제로부터 독립한지 65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렀지만 우리는 일제로부터 완전히 독립했다고 할 수 있을지, 빼앗긴 것을 되찾기는커녕 우리는 우리가 뭘 잃어버렸는지도 모르고 살고 있지는 않은지 반문한다. 힘든 삶 속에서 꿋꿋하게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는 주인공 재복이는 고통 받는 민초들의 저항과 희망을 상징한다. 205쪽, 1만2천원.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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