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금치 값, 배 값이 금(金)값."
주부 임민정(37) 씨는 지난 주말 시장에 저녁 장을 보러 갔다가 깜짝 놀랐다. 채소와 과일 가격이 생각보다 너무 비쌌기 때문이다. 아이들 반찬을 해주려고 잡은 시금치 한 단에 5천원, 디저트로 먹으려고 고른 배도 1개에 5천원이었다. 임 씨는"배는 비쌌던 적이 많았지만 시금치가 5천원인 건 처음 봤다"며 "지갑에 5만원을 넣어 장을 보러 갔다가 사려던 물건의 절반도 사지 못하고 돌아왔다"고 말했다.
추석을 20여 일 앞두고 농수산물 가격 상승이 이어지면서 추석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일부 농수산물 가격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최대 2배까지 올랐다. 특히 추석 차례상에 올라가는 과일과 채소 가격이 크게 올라 서민들의 한숨이 짙어지고 있다.
22일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대구지역 고랭지 배추 1포기당 소매가격은 4천원으로, 올해 가격이 처음 조사된 7월 18일 2천287원에서 무려 75%나 상승했다. 8일부터 조사된 무 가격도 8월 평균 개당 3천339원으로 지난해 8월 2천864원에 비해 16.5% 올랐고 최근 3년 새 최고가를 보이고 있다.
채소가격 상승은 산지에 비가 많이 왔기 때문이다.
고랭지 배추의 주산지인 태백지역 8월 초 누적강수량은 83㎜로 지난해 28㎜, 평년 35㎜보다 많았다. 반면에 누적 일조시간은 28.2시간으로 지난해 52.2시간 평년 52.4시간보다 크게 적어 생육기간이 부족했다. 고랭지 무의 주산지인 평창지역도 같은 기간 강수량이 79㎜로 지난해보다는 34㎜, 평년보다는 27㎜ 많았다.
추석 차례상에 올라가는 농수산물 가격도 크게 올랐다. 특히 크게 오른 채소는 삼색나물 중 하나인 시금치. 1㎏당 소매가격이 9천138원으로 평년(최근 5년 평균) 5천227원보다 75%가량 상승했다. 잦은 비로 인해 어획량이 감소한 조기도 가격이 올라 지난해 한 마리당 8월 4천500원에서 현재 5천500원 수준이다.
차례상 대표과일인 배는 10개당 4만2천933원으로 지난해 8월 평균 2만3천521원보다 2배 가까이 올랐다. 주산지인 전남 나주와 영암 등지에 8월초 불어 닥친 태풍 무이파의 영향으로 상당수 배가 수확 전에 떨어져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나주는 재배면적 2천350㏊ 중 12.4%, 영암은 488㏊ 중 12%가량의 낙과율을 보여 추석 전까지 꾸준히 가격이 오를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고물가로 인한 서민들의 시름을 덜기 위해 농수산물유통공사는 추석용품을 조사해 장보기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25일부터 4차례에 걸쳐 제공되는 물가 정보로 좀 더 알뜰하게 추석준비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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